<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이제 시작이다

미국에 블리자드라는 게임 개발업체가 있다. 지난 9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직원이 200명 정도인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와 같은 불멸의 히트작을 잇따라 개발해 세계 PC게임 시장에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98년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600만장을 판매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000억원에 달한다. 이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블리자드가 투자한 개발비는 4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발비를 기준으로 하면 블리자드사는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무려 45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게임산업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임을 입증하는 통계는 많다. 문화관광부의 「2000년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212억달러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올해는 30% 성장한 1578억달러에 이르고 2002년에는 31%, 2003년에는 27% 성장하는 등 향후 몇 년 동안 30% 안팎의 고도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게임산업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첨단게임산업협회(회장 박영화)의 「국내 게임산업 2000」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소프트웨어(일부 게임기 포함) 시장규모는 지난 98년 6256억원에서 99년 8090억원, 2000년 9930억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였다. 올해는 1조1552억원으로 대망의 1조원을 돌파하고 2002년에는 1조367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난 99년 200억원 규모였던 것이 2000년에는 1200억원에 달했다. 1년 만에 무려 6배나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게임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스타급 벤처도 양산되고 있다. 「리니지」라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난해 580억원의 매출에 317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했다. 이 회사 외에도 한빛소프트·넥슨·이소프넷·EA코리아 등 5개 업체의 매출은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다.

더욱이 엔씨소프트는 올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많은 1200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며 한빛소프트 750억원, 넥슨 550억원, 감마니아코리아 500억원 등 20여개 업체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30% 이상의 성장률을 누려왔다. 한마디로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화려함 뒤에는 암운도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전통적인 게임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아케이드산업은 이미 성장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와 맞물릴 경우 마이너스 성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PC 패키지게임은 이미 외산이 전체 PC 게임시 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게임시장이 커질수록 외국 업체와 그것을 배급하는 회사의 덩치만 키울 뿐이다.

온라인게임 역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몇몇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균형적인 산업발전과는 거리가 있다. 더욱이 이들 선두업체는 대부분 내수에만 치중하고 있다.

특히 향후 전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디오 콘솔게임의 경쟁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일본 게임업체들의 폐쇄적인 시장정책과 불법복제 만연 등으로 인해 국내 시장은 형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문화부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조직적이지 못하며 일부에서는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난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에는 못미친다는 것이다.

업계는 무엇보다도 국내 게임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올 한해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 전체가 갑자기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극단의 비관론은 아닐지라도 국내 게임산업이 몇 년 동안 계속된 고도 성장의 뒤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 게임산업이 연착륙을 통해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업계는 내수시장 확대와 해외시장의 개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3대 게임강국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세계 1위 전략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게임입국은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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