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초중고 정보화교육>(6)ICT공교육 위기

일반 공교육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보통신기술(ICT)분야의 공교육도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자칫 잘못하면 컴퓨터교육도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사교육 분야에 그 기능을 넘겨줘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강북 지역 삼광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물론 영어나 예체능 과목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컴퓨터교육도 학교보다는 사설 학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아직 학교에 「1인 1PC」 시대가 열리지 않은데다 학교에 설치된 컴퓨터가 점점 노후화되고 있어 학생들이 학교 컴퓨터교육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실 교육인적자원부가 막대한 교육예산을 투입해 교단 선진화 사업과 학내망 구축사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ICT 공교육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부는 당초 2002년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1차 교육정보화 계획의 일정을 2년이나 앞당겨 작년에 완료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학교에 학내망이 구축되고 전학급에 PC 및 인터넷 회선이 공급됐다. 그러나 실제로 교육인프라를 100% 활용한 수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ICT교육의 현주소다.

주로 초중고교에 교육용 플랫폼을 공급중인 교육 솔루션 전문업체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기 위해 일선 교육기관이나 학교를 자주 방문하는데 간혹 학교 소각장이나 비품 창고에 기증받은 패키지 소프트웨어나 번들로 공급된 소프트웨어를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흔히 교육 현장에선 콘텐츠가 부족해 ICT교육을 할 수 없다고 야단인데 실상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ICT교육이 정부가 제시한 커리큘럼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현재로선 의문스럽다. 현재 중고교의 경우 1주일에 2, 3회의 시간을 컴퓨터 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컴퓨터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문제점은 입시를 앞둔 일선 인문계 고등학교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컴퓨터교육 시간에 컴퓨터 과목을 가르치기보다는 입시에 도움이 되는 수학이나 영어 과목을 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년별로 컴퓨터교육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현재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10년간을 「국민공통기본교육기간」으로 설정해 ICT교육을 총 5단계로 구분해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각 단계별 주요 수업내용을 보면 △1단계(컴퓨터 기초 작동법·컴퓨터와 건강·컴퓨터의 구성요소) △2단계(운용체계의 기초·워드프로세서 작성·컴퓨터 바이러스의 이해·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기능·인터넷 사용법·통신을 이용한 자료수집과 활용) △3단계(운용체계 익히기·워드프로세서 고급기능활용·프레젠테이션 활용·협동프로젝트 학습) △4단계(정보윤리와 저작권·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스프레드시트 활용·데이터베이스 기본기능·전자우편 관리 및 인터넷 환경설정·자료형태 변환·홈페이지 작성) △5단계(프로그래밍의 기초·운용체계의 종류알기·데이터베이스활용·사이버공간 참여·인터넷 신문만들기·홈페이지 유지 및 관리) 등이다.

하지만 실제 일선 학교에선 학년별로 커리큘럼이 차별화돼 있지 않다. 가령 중학교 컴퓨터 시간에 배운 워드프로세서 작성법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배운다. 자연히 학생들은 흥미를 잃고 만다.

학생간 컴퓨터 사용능력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도 ICT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의 경우는 학교에서 배우기보다는 사설 학원에서 배우거나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몰두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생간에 컴퓨터 사용능력의 차이가 매우 크다. 컴퓨터 마니아의 경우 웬만한 프로그램을 혼자 짤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 사용능력이 뛰어나지만 컴퓨터에 관해 무관심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선 이같은 학생간 차이를 컴퓨터교육에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교육계 인사들은 지적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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