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14)

새로운 모험<14>

그해 여름이 되면서 정계로 진출하기 위한 진용이 갖추어졌다. 나는 당에 입당하면서 중앙당 청년 조직부장 직책을 맡았다. 청년 조직부장이라는 직책 자체를 놓고 보면 비중이 크지 않으나, 그 직책이 가지고 있는 성능으로 보면 매우 중요하였다. 젊은 세대의 조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꿈나무로 키우려고 하는 당원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주식을 판 돈은 세탁을 하였다. 돈 세탁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금으로 만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1천억원을 현금화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다른 방법은 여러 번 거쳐서 옮겨진 돈을 다시 분산한 계좌에서 소액 수표로 인출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가장 우매하면서 노골적인 방법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한 차명 계좌를 만들어 그곳에서 인출한 수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수표는 1백만원권 이하로 국한시켰다. 당에 주기로 했던 5백억원을 1백만원권 수표로 할 때 5만장이었다. 대형 가방 두 개가 필요했다.

선거를 몇 개월 앞에 두고 아직 공천을 하지 않은 시기였으나, 중앙당에서는 공천이 내락된 인물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공천 내락은 상당한 기밀에 속했으나, 이미 알려진 사람들도 있었고, 당내에서 당연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 초선에 해당하는 신인의 경우는 극비에 붙여져서 그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일에 내가 깊이 개입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신인 입후보자들의 자금줄 역할을 내가 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홍석천 의원의 연락을 받고 남해의 용호리라는 조그만 어촌으로 향했다. 운전기사를 대동하지 말고 혼자 오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승용차를 손수 운전해서 찾아갔다. 홍석천이 바다낚시를 가자는 것이었지만, 실제 나를 만나려는 것은 바다낚시가 목적은 아닌 눈치였다. 그것은 비서라든지 운전기사를 대동하지 말라는 단서를 붙였기 때문이었다. 비서라든지 운전기사조차 비밀로 하는 일이라면 공천에 관련된 극비 사항을 의논하려는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약도를 가지고 처음 가보는 해변으로 갔다. 해변이라고 하지만, 산을 두 개 넘고, 골짜기를 따라 한동안 올라가자 앞이 확 트인 해변이 나타났다. 어구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있었고, 그 산비탈 한쪽에 홍석천의 별장이 있었다. 별장 주위는 붉은 단풍나무가 우거져서 마치 빨간 꽃속에 파묻혀 있는 듯했다. 처음 보는 홍 의원의 별장이었다. 그곳에는 김성길 당 명예총재와 당 원내총무 홍두섭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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