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게임 리그가 2001년 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게임리그 운영업체인 배틀탑과 PKO는 당초 올해 시즌을 3월초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참여 구단을 확정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리그사들이 게임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연말 이후 프로게임단이 급격히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3월초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프로 게임단은 지난해 비해 절반 수준인 20개 수준. 그나마 3∼4명 이상의 선수를 확보하고 있는 게임단은 10개 구단을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게임단들과의 참가비 인상을 둘러싼 감정대립으로 큰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배틀탑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에 비해 3∼4배정도 인상된 높은 참가비를 요구, 게임단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배틀탑은 올해 참가비를 지난해보다 350% 증가한 연간 7000만원을 요구했고 PKO는 지난해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대해 게임리그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리그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운영을 해왔으나 올해마저 적자 경영을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게 사실』이라며 게임단의 참가비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게임단들은 뚜렷한 이유없이 참가비를 일방적으로 인상한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게임단들은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것도 없고 기업 홍보 효과를 제고할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참가비만 올리는 것은 게임단을 무시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들 게임단은 더 나가 프로게임단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최근 게임단협의회와 배틀탑이 전격 회동해 새 협상을 시작함으로써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배틀탑은 대회 참가비에 따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새로운 운영안을 만들어 금주내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리그사의 참가비 인상으로 비롯된 이번 사태의 일단에는 일부 방송사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비싼 중계료 요구와 함께 독자적인 게임 리그사업을 벌여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인방송, 온게임넷과 같은 방송사들은 그동안 게임 리그운영사의 콘텐츠를 중계해오던 종전의 방식에서 탈피, 게임단을 직접 모집해 리그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게임리그 참여는 게임리그 운영사와의 과당경쟁을 불러와 게임리그 자체를 좌초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임리그운영업체의 한 관계자는 『KIGL 사태는 방송사들이 독자적인 리그를 운영함에 따라 굳이 리그 전문업체의 도움 없이도 프로 게임리그를 운영할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방송사들이 체계적인 운영 노하우도 없이 섣불리 리그 사업을 펼칠 경우 리그 부실을 초래할 수 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는 리그운영사, 게임단, 방송사들이 지엽적인 부문에 얽매이지 말고 게임산업 육성이라는 거시적이고도 장기적인 비전아래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얼마되지 않는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각 주체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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