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가 난립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1위 사업자의 점유율만 높아진다는 이른바 「쏠림현상」은 통신시장의 절대명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쏠림현상은 동일 역무에만 그치지 않고 역무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통신환경을 반영하듯이 모든 통신서비스가 무선과 데이터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5개 거대기업들이 진검승부를 펼친 이동전화는 기득권 보유자인 SK텔레콤의 위상만 강화시켜줬다. 이미 011-017 셀룰러 진영이 확고부동한 1강(시장점유율 54% 상회)의 자리를 차지했고, 018을 합병한 한국통신그룹이 30% 남짓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LG텔레콤은 15%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5강체제 가동 2년여 만에 시장은 1강 1중 1약 체제로 변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후발주자들의 경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마케팅(통상 1%를 올리기 위해서는 1000억원이 소요) 및 망 설비투자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지만 단기간에 만족할 만한 성과가 불가능한데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가입자를 줄이려 해도 못줄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신규 가입자의 60% 이상이 SK텔레콤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더구나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 제한 규정에 묶여 적극적인 마케팅이 불가능 형편이다. 투자재원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후발주자들과는 달리 SK텔레콤은 기존 가입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줌으로써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가입자까지 유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 100여년간 왕좌를 유지하던 음성통신이 데이터통신으로 대체되는 것은 시장 전반의 새로운 쏠림현상이다. 지난 98년 12조4674억원(음성)과 2조1201억원(데이터)으로 음성의 6분의 1에 불과하던 데이터통신은 99년 16조7905억원과 2조7280억원으로 변했고 지난해에는 19조5421억원과 4조4084억원으로 격차가 좁아졌다.
가장 중요한 성장률은 음성이 2000년 기준 16%에 불과하고 데이터는 무려 61%라는 경이적 수준을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탄력이 붙어 늦어도 2005께는 데이터가 음성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자들이 저마다 IP 기반의 망 구축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욱 중시하는 수익성 역시 데이터 부문이 주력으로 떠올랐다. 국내 통신시장의 축소판인 한국통신의 지난해 경영 성과를 보면 잘 드러난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시내외·국제 등 소위 전통적 역무가 모조리 99년 대비 매출 감소에 시달렸다.
이와는 반대로 고정에서 이동전화로 통화한 매출은 2조9000여억원으로 전년비 14.7%가 증가했다. 데이터 및 초고속은 2조1285억원으로 증가율 56.6%를 기록했다. 한국통신의 핵심사업이 이동전화를 이용한 것과 데이터 부문이라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당기순이익을 낸 곳은 서너 곳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남긴 것은 한국통신그룹과 SK텔레콤그룹이 고작이다. 이들은 저마다 1조원이 넘는 순익을 달성했지만 여타 수많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적자에 허덕였다.
앞으로도 이 같은 쏠림현상은 심하면 심했지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선통신과 데이터통신으로 통합되는 통신시장에서 이제 더이상 과거의 역무별 잣대로 경쟁체제를 재단할 수는 없고 경쟁의 룰 역시 변화에 발맞춘 신개념이 필요한 이유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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