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아동·여성용 게임 아기자기하고 재미도 솜사탕맛

『더블샷을 명중시켜 적을 날려버릴 때의 흥분, 그건 아마 포트리스를 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쾌감일 것입니다.』

한정아씨(24)는 요즘 하루 걸러 한번은 온라인게임인 「포트리스2」에 빠져 날을 새곤 한다. 지난해 5월 우연히 X2게임(http://www.x2game.co.kr)에 들러 포트리스를 시작했다는 한씨는 이제 하루 평균 2∼3시간 게임을 즐길 정도로 포트리스 마니아가 됐다. 이런 노력의 대가로 그녀는 여성게이머로는 드물게 포트리스 최상위 계급 중 하나인 은왕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녀는 『포트리스는 서로 돌아가며 공격을 하는 턴제방식을 택하고 있어 게임음악을 들으며 여유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게임 도중 다른 사용자들과 채팅까지 할 수 있어 여성들이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한정아씨와 같은 여성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포트리스2」는 2월 현재 회원수 800만명, 동시접속자수 15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트리스는 캐롯탱크·듀크탱크·미사일탱크·포세이돈 등 귀엽게 생긴 탱크캐릭터를 선택해 상대와 전투를 벌이는 슈팅게임으로 복잡한 조작법을 익힐 필요 없이 방향키와 스페이스바만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여성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포트리스는 게임 유저의 약 40%가 여성게이머일 정도로 기존 게임과 달리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왕관·금왕관 등 남성게이머들이 독식해온 포트리스 최고 계급을 따낸 여성들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얀 마음 백구」는 출시 3개월 만에 5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각종 순위차트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아동용 게임 돌풍의 주인공.

이 게임은 우선 쉬운 조작법과 귀여운 캐릭터로 어린이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특히 주인을 찾아 천리길을 돌아온 한국 전통견 「백구」는 어린이들에게 우정과 사랑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백구 열풍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난달 열린 하얀 마음 백구 게임대회에 7000여명의 어린이들을 불러모아 게임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인 「쿠키샵」 「패스트푸드」는 아기자기한 진행과 귀여운 캐릭터 등을 바탕으로 초등학생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흔히 아동용 게임은 구매층이 열악해 정품 게임이 3000장만 팔려도 성공했다고 하는 마이너 시장이다. 그렇지만 이들 작품에 의해 이같은 정설은 무너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선보인 「트랙시티」 「부메랑파이터」 「보글보글3000」 등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아동용 게임이 때 아니게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포트리스2」 「하얀 마음 백구」 「쿠키샵」 등은 「스타크래프트」에 도취된 기존 마니아들에게 홀대를 받았지만 「쉽고 간편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신세대 여성과 초등학생들에게는 스타크래프트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

쉬운 조작법, 건전한 스토리, 귀여운 캐릭터 등이 이 게임들의 공통점으로 「게임은 쉬워야 뜬다」라는 새로운 유행까지 만들고 있다.

특히 컴퓨터 교육이 일반화됨에 따라 이들 게임은 컴퓨터에 익숙해진 여성과 아동들을 게임유저로 끌어들이며 게임시장을 확대시키는 공을 세우고 있다.

또 「포트리스2」 「하얀 마음 백구」 「쿠키샵」 등은 폭력성과 사행성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해온 기성세대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전 세대에 비해 사회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밀레니엄 시대의 아이들에게 백구를 키우거나 음식점, 카페를 경영하는 것을 통해 부족한 사회성을 채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거둔 성과에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 등 외산 대작게임이 지배하는 국내 게임시장을 재편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만 300만장 이상 팔린 히트작 「심즈」가 단순한 그래픽과 게임방식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인간생활의 희로애락을 훌륭하게 재현,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으며 세계 게임시장을 석권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쉬운 게임이 뜬다」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포트리스2」 「하얀 마음 백구」 등이 국산게임의 활로 모색과 건전한 게임문화 창달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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