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공동안 마련의 의미

이번 한민족 표준안 마련은 그동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이질적으로 사용해 온 용어를 통일함으로써 「남북 공통의 언어 인프라」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선언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남북한 IT 용어통일은 향후 확대될 남북간 정보산업 교류에 대비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절실한 사항이고, 국제 표준 공유에 한발 다가서는 것임을 감안할 때 미래 지향적인 이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먼저 남북 학자들은 한국어를 「정음」으로 표기하고 이를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한국어를 남쪽은 「한글」, 북쪽은 「조선어」로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데다, ISO에도 이전에는 「조선어」로 이름이 올랐다가 지금은 「한국어」로 등록돼 있는 등 혼선을 빚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어가 정음으로 표준화됨으로써 한글 표기논란은 수그러질 전망이다.

또 컴퓨터 한글 자판과 관련해서도 공동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아래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남북한은 아래아를 비롯한 옛글자 4개를 제외하고는 2벌식 키보드를 채택하기로 하고 앞으로 6개월간 다양한 실험을 거칠 계획이다. 또 휴대폰 상에서 고어를 타자할 수 있는 옛글자판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이는 그간 독자적으로 연구, 발전시켜온 데 따른 중복을 막고 IT 표준공유라는 점에서 효율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다양한 용어통일에 대한 남북 의지도 엿보인다. 컴퓨터를 잘 못 사용할 때 화면에 나타나는 「에러(error)」의 경우 남쪽은 「오류」로 표기하는 반면, 북쪽은 「오유」로 표기해 왔다. 또 「컬큘레이터(calculator)」는 남쪽이 「계산기」, 북쪽이 「수산기」로 사용하는 등 상호 의미해석에 문제를 불러온 상태다. 남북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계로 5월까지 시안을 제출한 뒤 7월 1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남북은 로마자 표기와 관련해 「김」의 경우 남쪽은 「gim」, 북쪽은 「kim」으로 주장, 팽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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