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의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기라정보통신 강득수 회장(53)은 벤처기업이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지난 87년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제조벤처인 기라전자를 창업, 오늘날의 중견기업인 기라정보통신으로 발전시킨 벤처 1세대.
제조 벤처를 창업, 전자부품사업에 뛰어든 지 14년이 지나 어느덧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하게 변한 강득수 회장은 900여개 전자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전자조합을 이끄는 이사장이란 중책을 맡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전자조합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내 전자업체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책임감」과 「봉사」라는 단어를 취임 소감의 화두로 밝힌 강 회장은 앞으로 회원사의 이익을 도모하고 중소 전자업체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선 단체수의계약 품목 및 물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대정부 차원에서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에 단체수의계약이 카르텔이 아님을 설득하고 정부와 언론 등을 상대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존속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생각이다.
사실 전자조합 900여개 회원사가 신임 강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강 이사장의 행보에 따라 중소 전자업체의 생존권 문제가 달려 있는 단체수의계약의 품목 및 물량이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전자조합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대북경협사업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전자조합 회원사들의 기대와 성원을 받으며 신임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딘 강 이사장은 지난 14년간 전자부품 및 통신장비업체인 기라정보통신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함께 천성적으로 타고난 치밀함과 과단성을 갖추고 있다.
강 이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는 어느 누구보다 세밀하고 꼼꼼한 모습을 보이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앞뒤 보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사업은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준비운동과 목적지, 그리고 가는 방법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쓰러지니까요.』
자전거 마니아이기도 한 강 이사장은 요즘도 틈만 나면 한강 둔치로 나가 한두 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타며 잡념을 털어 버리고 새로운 사업구상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또 자전거를 단순히 시간이 날 때 운동삼아 타는 것만이 아니다. 항상 자동차 트렁크에 간편하게 접고 펼 수 있는 자전거를 싣고 다니다가 길이 막히면 차에서 내려 약속 장소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강 이사장도 물론 14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순탄한 과정만 거쳐온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그룹계열사들이 잇따라 PCB사업에 진출하면서 수주물량이 급감, 위기를 겪기도 했다. 특히 창업 3년째인 89년에는 과잉투자로 회사가 존폐 기로에 몰리기도 했으나 종업원들의 월급 반납과 잉여기계 매각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때로는 변신을 위한 노력과 투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기라정보통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PCB사업을 시작으로 출발한 기라정보통신이 반도체 장비 및 통신 장비 생산업체를 거쳐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변신한 데 이어 향후에는 바이오업체로 변모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 추진할 수 있는 것도 강 이사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강 이사장은 이제 전자조합 이사장의 자리를 맡게 됨에 따라 지난 14년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해온 기라정보통신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이달 안에 기라정보통신을 끌고 갈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자신은 전자조합 업무에 전념할 계획이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소 신념에 따라 이제는 기라정보통신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전자조합에 봉사하는 일꾼 역할에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것이 강 이사장의 생각이다.
『인생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에게 성공과 보람이라는 과실을 안겨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자조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장에서 성공과 보람을 성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봉사하는 일꾼의 자세」를 강조하는 강 이사장의 표정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의 의지와 설렘이 배어나고 있다.
<이력>
△68년 3월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과 졸업 △89년 6월 서울대 경영대학원 수료 △87년 기라전자(현 기라정보통신) 설립 및 대표이사 취임 △2000년 3월 케이엠아이티 설립(현재 감사) △2000년 6월 디지텍 설립(현 회장) △2000년 9월 이지닷컴 경영고문 △2000년 10월 나다텔 경영고문 △2001년 2월 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취임
<수상결력>
△93년 12월 벤처기업대상 수상 △97년 12월 중소기업대상 수상 △99년 10월 전자산업40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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