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취재기- IT가 희망이었네!>1회-모두가 놀란 북한의 IT환경

◆남측의 기업인·교수·언론인으로 구성된 남북IT교류단 남측 대표단이 지난 2월 6일부터 10일까지 북한을 방문, 평양에 있는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평양정보쎈터(PIC)·김일성종합대학 등의 IT환경을 직접 돌아보았다. 본 기획물은 대표단의 일원이자 IT전문기자로는 최초로 방북한 본사 서현진 논설위원이 북측의 IT 현장답사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IT 실상을 취재한 것으로, 앞으로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4박5일 동안 북에 체류하면서 기자가 직접 확인한 북한의 IT 수준은 한마디로 예상외였다. 우선 PIC 및 김일성종합대학 정보쎈터에 설치된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펜티엄Ⅱ 아니면 펜티엄Ⅲ급이었다. 또 컴퓨터들은 방마다 한두대씩 설치된 스위칭 허브를 통해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돼 있었고, 선의 스파크서버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NT 기반의 PC서버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같은 환경에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의 수준 역시 남쪽과 별다를 게 없었다. 이동전화나 PDA용 애플리케이션, 음성인식과 문자인식 도구 등은 오히려 남쪽보다도 우수해 보이기까지 했다.

멀티미디어 역시 건강·의학·예술분야 등 남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착상한 콘텐츠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3차원(3D)그래픽 처리기술은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제작한, 바다 물결을 가르는 4분짜리 일본전함의 순항장면 동영상은 영화 「타이타닉」의 그것을 능가할 만큼 실감있고 부드러웠다. 인터넷은 체제수호라는 측면에서 외국에 개방되지 않았을 뿐 북한지역 전체를 한 단위로 하는 인트라넷의 활용은 상당히 보편화돼 있었다.

방북전 남쪽에서 예상했던 수준이란 각 개발실에 고작해야 하드웨어는 486급 컴퓨터가 주류를 이루고 조선글(한글)처리는 밑바닥 수준이며 인터넷은 극히 일부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생각이 이런 수준에 머물렀던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전략물자반출제한협약(일명 바세나르협약)으로 펜티엄급 이상 컴퓨터가 북측에 반입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란 전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PIC의 18개 개발실 가운데 14개 개발실을 직접 견학한 결과 이러한 생각은 그야말로 「근거없는 어리석음」에 불과한 것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에서만큼은 남쪽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기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해 들은 PIC의 연구진은 상당히 고무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결과 북측의 연구진은 개발의지나 창작능력에서는 남쪽 연구진에 전혀 뒤질 게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북한 최고의 두뇌가 몰려 있다는 김일성종합대학 정보쎈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일성종합대학 서버실에는 「오라클8i」 데이터베이스 등을 운영하는 디지털의 알파서버, 선의 울트라스파크서버 등이 즐비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남쪽 IT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수준을 거의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북한의 이같은 IT환경은 대체적으로 소프트웨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인터넷서버는 함경북도 새별군이나 자강도의 중강군에서도 직접 검색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56Kbps급 모뎀통신에 의존한 텍스트 문서 정도였다. 컴퓨터 하드웨어나 네트워크장비 등은 자체 개발이 불가능한 데다 바세나르협약에 의해 외부로부터의 반입이 막혀 있어 이 분야에서의 환경은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였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대표단의 방북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남쪽 IT기업들의 부족한 인력난을 북쪽 인력으로 충족시켜 보자는 것이 첫째고, 그들로 하여금 남쪽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선진기술을 익히도록 함으로써 개발역량을 확대시켜보자는 것이 두번째 목적이었던 것이다. 방북 첫날 북한 IT현장을 돌아본 대표단은 방북목적이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서현진 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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