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작권과 도덕성

온라인게임업체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은 자사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원작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엔씨소프트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회견을 통해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만화 리니지를 기반으로 했지만 원작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2차 저작물」이 아니라 자사가 완전히 새로 만든 별개의 「독립 저작물」이기 때문에 원작자의 권리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게임내의 캐릭터를 이용한 사업을 계속할 것이며 또 원작자가 계속 문제삼을 경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밝혔다.

김 사장은 저작권과 별개로 자사가 「리니지」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사가 「리니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엔씨는 상표권이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기자가 사후 확인한 바에 의하면 엔씨는 「리니지」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면서 원작자 신일숙씨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엔씨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도덕적인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원래 타 업체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겠지만 원작자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상표를 획득함으로써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는 상표를 얻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원작자는 결국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창작물의 이름을 빼앗긴 것이다.

과연 기자회견을 열면서까지 원작자의 의사에 반하는 캐릭터사업을 강행하겠다고 공표하고,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산업계를 이끈다는 「리딩 컴퍼니」로서 할 일인가를 엔씨소프트에 묻고 싶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