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21>
『정말 그런 일 없어예?』
아내가 믿고 있는지 아니면 믿지 않는지는 모르지만, 다짐을 하면서 물었다. 설사 그런 일이 있어도 잡아떼라는 말이 떠올라서 나는 완강하게 시침을 떼었다.
『그런 일 없다니까. 그 놈이 모함을 하는 거야.』
『유부녀 사장이란 누군가예? 왜 이런 말이 나왔지에?』
『김 장관이 추천해 준 유전공학 관련 벤처기업이 있었어. 그 여자 사장은 미국 교포인데 좀 이상한 여자야.』
『이상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에?』
『삼십대 중반의 여자인데 남편이 환갑이 넘은 유전공학 교수야.』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게 왜 이상한가에?』
『그게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고, 주위 사람들을 유혹해. 자꾸 만나자고 하고 술을 마시자고 하는 거야.』
『만나주고 술 마시지 그라예.』
『내가 그렇게 한가한가?』
『이 일이 사실이 아니라면 소문이라도 났으니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닌가에?』
『터무니없다니까, 그래. 날 못 믿겠다는 거요?』
나는 화를 벌컥 내었다. 화를 내자 아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아내와의 일은 그것으로 끝났으나, 그 편지 사건이 있은 후로 아내는 별로 말이 없었다. 내가 아니라고 우겼지만, 아내는 완전히 믿지는 않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것처럼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말이 없다고 그것을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 몸이 그녀의 몸에 닿으면 거의 본능적으로 떼었다. 그것은 내 몸이 지저분하다는 뜻이었다. 살이 닿으면 소름이 끼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바람을 믿지 못한다는 뜻도 되었다.
권영호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그치지 않고 처가 집에도 보냈다. 현재 장군으로 있는 처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와는 한동안 연락이 없이 명절 때나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갑자기 전화가 오자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는 전화로 용건을 말하지 않고 직접 만나자고 하였다. 그는 국방부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나오라고 하는 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그는 두 개의 별을 단 장군이었지만, 사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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