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디지털파워 세상을 바꾼다]78회-신세계I&C

「클릭앤모르타르」는 올 한해 e비즈니스모델을 놓고 유행처럼 회자되던 신조어 가운데 하나였다.

원래 「브릭앤모르타르(brick&mortar)」에서 유래된 이 말은 벽돌과 시멘트로 탄탄히 기초를 닦는다는 뜻. 여기에 인터넷을 의미하는 클릭이 접합되면서 온라인비즈니스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업무기반과 강력한 결합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재해석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신세계I&C가 할인점 이마트를 온라인상점으로 구현한 「사이버이마트」는 클릭앤모르타르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실제 실물할인점의 상품구색과 구매절차, 가격체계 등을 그대로 온라인 환경에 옮겨놓았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업무기반도 온라인상점에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진행형으로 내년말쯤 돼야 완벽한 온오프라인 닮은꼴이 등장한다.

비즈니스모델에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온라인 백오피스를 제공하는 실물 할인점의 규모나 시스템 연계정도를 감안할 때는 국내 첫 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버이마트의 사업잠재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유통업체인 이마트는 브랜드파워와 상품구색, 가격경쟁력, 전국 단위 점포망 등에서 이미 최고의 경쟁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시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커뮤니티·콘텐츠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지원과 일대일 고객관계관리(CRM)가 가능한 온라인만의 장점은 유통업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사이버이마트는 하루아침에 떨어진 작품이 아니다. 지난 8월 계열 배송전문업체인 세덱스와 이마트·신세계I&C 등으로 구성된 특별준비반이 4개월여에 걸친 공동작업끝에 최근 개발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사이트를 열었다.

사이버이마트가 비즈니스 원칙으로 삼는 게 몇 가지 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가격을 최대규모 점포인 분당점에 맞춘다는 것이다. 상품 조달원가도 변동성이 있는 만큼 이마트는 시스템 운영대행업체인 신세계I&C에 매입원가정보를 그대로 제공키로 했다. 또 사이버이마트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주문만을 수용하고, 반품·교환은 100% 보장하기로 했다. 변형된 방식의 통신판매가 아닌 인터넷비즈니스를 고수하는 한편 온라인 상점의 취약점으로 늘상 지적돼온 소비자보호 측면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만일 반품 가운데 비정상 품목이 포함돼 있을 경우 이는 신세계I&C가 곧바로 폐기처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송서비스 향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8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배송비를 무료로 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1년여간의 1차 서비스 기간에는 계열 택배사인 세덱스에 위탁, 서울·수도권 지역에 한해 상품배송을 이틀 미만에 완료하기로 했다. 1단계 서비스에서는 전날 오후 6시 이전에 주문된 상품이 그 이튿날 오후 5시까지 배달되도록 배송목표를 삼고 있다. 오는 2001년 3월 2단계 서비스 개통 후에는 배송권역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 6시간 배송이라는 획기적인 서비스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수도권은 세덱스가, 지방은 외주업체를 선정해 운영키로 했다.

1단계 서비스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도 있다. 이마트의 전체 취급품목 2만여개 가운데 절반정도인 1만여개 품목만이 사이버이마트에 진열되는데다 지역거점 점포가 부평·산본·상봉 등 수도권 3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단계 서비스부터는 지방 8개 점포를 추가해 총 11개의 전국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거점점포는 사이버이마트의 지역기반 물류센터다. 배송센터의 역할을 위해 창고공간을 지원하는 한편 주문물량에 따라 적하인력도 거점점포에서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1단계 서비스부터 당일 주문은 당일 적하할 수 있도록 거점점포와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이마트 할인점의 대규모 상품판매를 온라인에서 지원해야 하는 만큼 사이버이마트의 시스템 구성도 돋보인다.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웹서버 및 데이터베이스(DB)서비스를 각각 이중화하고, 시스템 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노드 밸런싱 기술을 적용했다. 또 늘어날 사용자를 고려해 확장성과 가용성을 염두에 둔 윈도환경을 채택하는 한편 이중 방화벽을 설치해 보안성도 강조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분류도 다시 꾸몄다. 예를 들어 가공·생활용품·홈센터·문화 등 4가지 매장구분이 사이버이마트에서는 8가지로 분류됐다. 상품진열을 온라인환경에 맞도록 재편성한 셈이다.

이를 통해 당장 내년도 목표로 잡은 매출규모는 신생 온라인상점이라는 사실을 의심케 한다. 월평균 매출 12억5000만원에 연간 매출 150억원. 이 가운데 연간 매출이익만 19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반품률을 5% 정도로 잡더라도 영업활동에 의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사이버이마트 전담직원이 15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1인당 매출이 15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인터넷 비즈니스를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이마트의 진가는 여기서 두드러진다. 단지 온라인 매장만을 무기로 혈혈단신 뛰어드는 게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가용 업무기반과 정보시스템, 인력을 총동원해 온라인 비즈니스와 연계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목표다.

◆권재석 사장 인터뷰

『신세계I&C는 유통 전문그룹인 신세계의 e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전위부대입니다. 그룹 계열사들의 e비즈니스에 방향타를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젊고 창의적인 조직운영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신세계I&C 권재석 사장(52)은 조직의 생동감과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지적활동을 특히 강조한다. 신경제의 대세라고는 하지만 누구도 확답할 수 없는 e비즈니스의 해답을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I&C는 설립된 지 이제 3년 남짓된 시스템통합(SI)업체. 대기업 SI업체들이 대부분 계열사 전산업무 위탁경영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이 회사도 시작은 유통SI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 들어 그룹차원의 e비즈니스 전략에 전초기지 역할을 맡으면서는 기업의 색깔이 많이 달라졌다.

『2000년대 그룹의 핵심전략은 백화점·할인점·인터넷쇼핑몰 등 3대 사업영역을 e비즈니스 환경으로 재편하는 작업입니다. 신세계I&C는 그 가운데 온라인비즈니스 부문을 통합관리하는 역할을 기본으로, EC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권 사장이 제시하는 기업의 비전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I&C는 기업·소비자간 전자상거래(B2C EC), 기업간(B2B) e마켓플레이스, 인터넷 관련 솔루션영업 등을 3대 중점사업으로 추진중이다. B2C 분야의 경우 종전 백화점 사이버몰(http://www.cybermall.com)과 지난 20일 개설한 사이버이마트(http://www.e-mart.co.kr)를 양대 축으로 인터넷쇼핑몰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물 백화점의 기존 250만명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사이버몰의 마케팅전략에 반영하고, 계열 물류회사인 세덱스와 협력해 24시간 배송체계를 갖춘 것도 탄탄한 사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EC시장의 키워드였던 e마켓플레이스 사업은 계열사를 대상으로 소모성자재(MRO) 거래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또 단계적으로 백화점·할인점의 협력사들을 묶어 신속대응시스템(QR)서비스 및 자동수발주를 위한 전자문서교환(EDI)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인터넷 솔루션 영업은 외형확대 차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매출기반. 현재 영국 BT시스템 및 네덜란드 TIE커머스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보안·인증·메시징 등 인터넷 기반솔루션을 국내 공급중이다. 권 사장은 『세가지 주력사업 가운데 특히 내년에는 「정보통신편의점」과 사이버이마트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e비즈니스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줄 것』을 자신했다.

정보통신편의점은 PC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주변기기 등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 전문편의점으로 이달 중 문을 열 예정이다.

『회사명의 I&C는 인터넷과 커머스의 약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나(I)와 고객(Customer), 처음(Initiation)과 끝(Completion), 냉철함(Ice)과 투명함(Clean)이라는 경영이념으로 재해석해 회사의 거듭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신세계I&C의 미래가 희망적으로 비치는 것은 이같은 분명한 기업이념 때문인 듯하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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