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글도메인 등록지침 마련에 부쳐

한글도메인 등록이 과열조짐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인터넷주소위원회가 공동으로 연내에 「한글도메인 등록지침(가칭)」을 마련하겠다는 소식이다.

한글도메인 등록지침은 우선 무분별한 도메인 선점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 그 첫번째 목적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처럼 새로운 도메인 등록과 관련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회적 혼란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지침들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 등록지침은 한글도메인 등록에 따른 갖가지 문제점들이 이미 예고됐다는 점에서 등록개시 이전부터 마련됐어야 했다. 뒤늦게나마 관계기관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등록 개시와 함께 나타난 문제점들로는 우선 예상대로 유명상표나 지명도 높은 명칭 및 단어 등이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의해 무분별하게 선점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또한 한 등록자가 수십∼수백개의 도메인을 등록하는가 하면 등록대행업체가 내부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함으로써 유명 도메인을 선등록하는 사례도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새로 마련하게 될 도메인 등록지침에는 구체적으로 유명상표의 보호와 무분별한 사재기(선점) 방지를 위해 1증명서당 1도메인 등록만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한다. 상표 및 서비스명을 보유한 자에 한해서 우선적으로 같은 명칭의 도메인 등록권을 부여하는 조항의 삽입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도메인 등록대행업체가 내부정보를 통해 도메인을 선점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새로 마련될 등록지침에 그대로 포함될 것인지 현재로서 미지수다. 이같은 금지 조항들이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이나 재산권의 제한이라는 더욱 심각한 법률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메인 등록과정에서 발생하는 절차적인 문제들은 이제 더 이상 인터넷이나 정보기술 분야의 한 영역에 국한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가 원칙없이 「.info」 「.biz」 등 7개의 최상위 도메인을 새로 선정하자 미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사회문제가 된 것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이에 앞서 한글도메인 등록이 개시되기 전 본란을 통해 무분별한 선점경쟁이나 과열이 실익보다는 그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한글도메인이 인터넷 사용자 확산이나 관련산업 발전 측면에서 그 효용성과 미래가치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 바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제 와서 한글도메인 등록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라고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미 등록절차가 진행중인 수십만, 수백만건의 신청 도메인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이제 더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에 등록지침이 마련되는 것을 계기로 한글도메인에 대한 등록절차에 대한 객관성이나 투명성의 문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관계기관에 당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