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한기투 매각을 둘러싼 잡음

『어렵고 힘들어도 영원히 후회하지 않는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국내 정상급 벤처캐피털을 자처했던 무한기술투자 이인규 사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자청, 웰컴기술금융과의 합병에 대한 반대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며 했던 말이다.

이 사장은 이날 『웰컴기술금융이 무한기술투자의 주식을 인수한 대금은 차입에 의존한 것으로 최악의 경우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들어간 돈을 무한기술투자가 상환해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웰컴기술금융이 확보한 지분 이외의 79% 주주들을 위해 합병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석연치 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합병을 이처럼 강력히 반대할 것이면서 왜 합병의향서에는 사인을 했는가.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의향서에 사인할 당시에는 웰컴이 단독이 아니라 컨소시엄 형태로 무한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았으며 또 대표이사로서 사인한 게 아니라 개인 입장이었다고 대변했다. 그리고 합병계약서에는 사인하지 않았다는 이 사장의 말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액면 그대로 처음에는 무한을 인수할 회사에 믿음이 갔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무한의 CEO로 취할 행동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CEO가 회사의 매각문제를 개인 자격으로 사인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무한기술투자의 대주주인 메디슨의 행보도 아리송하다. 웰컴측에 지분 90만주를 매각키로 하면서 나머지 7만8000여주를 이 사장에게 넘기려는 데 대해 업계에선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메디슨의 자회사인 메디다스도 무한기술투자 보유주식 3%를 이미 장내 매각하기도 했다. 즉 메디슨이 무한기술투자를 웰컴기술금융에 인수합병(M&A)할 의사가 있는지 애매한 대목이다.

현재 웰컴은 이 사장이 합병에 합의할 경우는 잔여임기를 보장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사회를 열어 이 사장의 해임안을 제출하는 두 가지 방안을 갖고 이 사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자신보다는 주주들과 투자기업의 이익을 내세워 웰컴과의 합병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해온 이인규 사장 스스로가 이제는 자신의 행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더이상의 잡음을 없애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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