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DSL시장, 내년을 주목해라

국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점차 발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아시아 지역의 ADSL사업 추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업체들이 ADSL 장비를 이동전화 단말기에 이어 정보통신기기 수출 효자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는데다 지역이나 정서적인 친밀감으로 아시아권 수출에 먼저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내년 아시아 지역이 전세계 ADSL 시장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감하고 있으나 실제 수요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론 ● 긍정론자들이 내년 주목하는 시장은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소위 동북아 4개국이다. 긍정론자들이 이들 4개 국가에서 내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요는 최대 1000만회선. 이 수요가 예상대로 달성될지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신식사업부가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베이징텔레컴에 ADSL 서비스를 권유하고 있다는 것을 현지인들로부터 들었다』며 『최근 현지 장비업체들도 예전과 달리 해외 장비업체와의 제휴에 안달이 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예상하는 내년 ADSL 장비 수요는 대략 400만에서 600만 수준』이라며 『경쟁업체들의 움직임도 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도 내년 100만회선의 ADSL 수요가 예상된다. 일본은 최근 NTT가 본격적으로 ADSL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쿄메탈릭·이엑세스·KDDI 등 후발업체들의 시장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본 내 보편적인 인터넷서비스인 종합정보통신망(ISDN) 요금이 대략 4500엔인 데 비해 ADSL 요금은 4000엔으로 책정돼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5만명의 ADSL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대만의 중화텔레콤은 내달 2일 총 120만회선의 내년 물량입찰을 실시한다. 대만은 현재 대략 30만회선의 ADSL 망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내년까지 총 150만회선의 ADSL 망 구축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피라미드리서치는 아시아 지역의 초고속 인터넷 수요는 오는 2004년까지 연평균 300%씩 증가, 2004년에는 총 9억명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론 ● 부정론자들은 우선 중국 시장이 아직 불투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중국에서 올해 150만명의 ADSL 가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질적으로는 2만 정도에 그쳤다』며 『또 국내처럼 한국통신·하나로통신 등 총괄사업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성·시에서 사업을 추진, 전체적인 사업 추진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많아야 200만, 적게는 수십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만 지역에서는 고가의 요금이 걸림돌이다. 대만의 현재 서비스요금은 40달러 수준. 이는 512Kbps 속도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와 비교해 4배 정도의 요금을 받는 셈이다. 일본은 정부가 아직 광통신 방식의 초고속통신망(FTTH)을 그대로 고집하고 있는데다 ISDN과의 상충 등이 변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ADSL이 이처럼 빨리 파급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정책, 통신사업자 경쟁, 저렴한 요금체계, 풍부한 콘텐츠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이 중에서 하나만 삐걱대도 국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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