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로 붐비는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발랄한 웃음을 가득 머금은 리포터 한명이 유난히 눈에 띈다. 튀는 의상에 개성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녀의 취재 대상.
『요즘 자주 듣는 음악 있으면 한곡만 골라주세요』 『나이트클럽에 가면 어떤 음악이 가장 신나던가요』
처음에는 거침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하던 사람들도 차츰 그녀의 편안한 인상과 재치있는 말투에 빠져들고 만다.
가요전문 케이블채널 KMTV의 간판 VJ 율리에게는 화면속 세상이 너무 좁다. 그녀는 자주 방송국을 박차고 나와 오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숨은 끼를 찾아내는 일을 즐긴다.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온더로드(On The Road)」이다 보니 바깥 나들이를 자주 할 수밖에 없다.
VJ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 가요순위만 소개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m·net의 「가요발전소2000」을 진행하는 권혁종·신지영 VJ도 화제의 현장에 나가 생생한 연예정보를 전달하고 신선한 아이템들을 발굴해 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케이블 음악채널들이 최근 개최한 VJ선발대회의 경쟁률은 보통 몇백대 일 수준. 호감가는 외모는 기본이고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요즘 N세대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렇다보니 방송사들도 팔방미인 VJ를 기존 영역에서 탈출시켜 리포터로 활용하거나 제작 과정에까지 참여시키는 예들이 흔하다.
아예 대본이 없는 경우도 있다. VJ가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단순히 애드립을 하
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는 얘기다.
KMTV의 「생방송 퀵서비스」에서는 6㎜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는 VJ 이제훈씨를 만날 수 있다.
연예오락 채널 NTV의 「연예스테이션」에서 「무비스테이션」 코너를 진행하는 장혜윤 VJ는 해외 유명배우가 내한할 때면 기본자료에 대한 조사작업부터 질문작성·인터뷰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
「비디오자키」가 음반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직접 제작에 관여하는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방송사들이 더 이상 얼굴만 번듯한 미남미녀만을 앞세워서는 주시청자인 N세대들의 시선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VJ에 도전하는 당사자들도 단순히 화려한 외양을 무기로 방송사 진출을 노리던 이전의 관행을 버리고 음악이나 방송에 대한 지식을 쌓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만큼 신세대들 사이에서 VJ는 인기있는 직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음악방송 관계자들은 이러한 「VJ 업그레이드 현상」에 대해 매우 환영하면서도 그들의 고유 영역을 확실히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VJ를 「비디오 저널리스트」라고 부르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한 전문 직업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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