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인사 舊態 언제까지

어찌 그리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가. 지난 6일에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과학기술부에 대한 국감 결과는 낙하산 인사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한다. 지난 한해 동안 과기부에서 퇴직한 5급 이상의 고위 관리 16명 가운데 15명이 재취업했고 이 가운데 8명이 산하기관에 취업했다는 보도다.

이번 과기부뿐만 아니라 한국통신과 같은 공기업의 인사도 대동소이하다. 얼마 전에 실시된 한국통신 국감에서 한국통신 산하기관의 임원들은 대부분 한국통신 출신이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는 모두 알다시피 외환위기(IMF) 상황 속에서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등 국가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 가운데는 능력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정부의 고위 관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산하단체로 자리를 옮겼던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다. 그들이 자리를 옮긴 대덕단지나 과학기술원 등도 많은 사람이 구조조정으로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관리들은 결국 산하기관의 구조조정에 의해 비워진 자리를 차지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부의 관리라 해서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에는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산하기관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관리가 산하 연구기관의 고위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겠다. 과학과 기술정책을 다루는 과기부의 관리가 연구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전문성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무의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관리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면 그것은 전근대적이다. 또한 연구단지나 연구소 등의 구조조정에 장애가 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그 같은 인사는 연구단지 전체에 대한 사기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연구단지 등은 나름대로 전문성을 지닌 인사들에게 자체적으로 승진할 기회를 열어두어야 한다.

또 하나는 정부 관리가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음으로써 발생할지도 모르는 연구계와 정부간의 유착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연구계는 정부의 자금지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의 퇴직 관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팔이 안으로 굽어 다른 기관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기업 출신이 산하기관의 임원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작용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공기업 산하기관이라고 해서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없다. 또 단순히 산하기관이라고 해서 모기업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전문성에도 배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야말로 수십 년 동안 자행돼온 낙하산 인사의 뿌리깊은 관행을 타파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고는 연구계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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