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도깨비 방망이
옛날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그 중에 도깨비방망이만큼 흥미진진한 소재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알라딘의 마술램프에서 나오는 「지니」도 도깨비방망이의 서양버전에 불과하다. 두드리면 열리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다주는 요술방망이가 오늘날 인터넷 속에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도깨비방망이를 잘만 두드리면 그 안에서 집도 나오고 짝궁도 나오고 친구도 나오고 장터도 나오고 놀이터도 생긴다.
「마담 뚜」라 불리는 중매쟁이가 상류 부유층을 상대로 톡톡히 한 몫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집에 어떤 규수가 있고 어떤 신랑감이 있는지를 귀신같이 알아내 은밀하게 주선하고 성사되면 한몫 톡톡히 챙기는 일종의 정보사업이었다. 그 후 결혼정보회사가 등장해 마담 뚜의 몫을 대신하기 시작하더니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다수의 회원 신상DB를 바탕으로 짝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대학가 근처에는 학생들의 하숙을 알선하던 조그만 복덕방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복덕방에 들어가면 지역별로 하숙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더할 나위없이 편한 세상이 되었다.
학창시절의 친구를 찾아주는 아이러브스쿨은 벌써 회원 수 500만을 넘는 인기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옛 친구의 근황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군대동기를 찾는 사이트(http://igundae.co.kr)도 나오기 시작했다. 부부모임에서 군대 얘기가 나오면 여자들은 딱 질색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한번 시작하면 막무가내다. 결국 바가지를 들어야 끝난다. 이제는 그런 눈치볼 것 없이 마음껏 지난 군경험담을 말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겼다.
이제는 기원에 갈 필요가 없다. 기원대신 인터넷에 들어가 사이버 기원에 로그온하면 된다. 벌써 사이버 기원이 30여 곳이나 성업 중이다. 자기 급수를 넣고 대국하겠다고 클릭하면 세계 곳곳에서 상대하겠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또 누가 대국을 기다리는지, 상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살필 수도 있다. 동네 바둑이 지구촌 바둑이 되어 이제는 안방에서 세계 바둑인과 수담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렇게 사이버 기원이 번창하다보니 기술도 앞서게 되어 일본에 사이버 기원 시스템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 어느 사거리 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변했는데도 앞의 차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화가 난 뒤차 운전사가 내려 살펴보니 앞차 운전사가 PCS의 자판을 부지런히 눌러대고 있다. 주식거래에 열중하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모습이다. 객장에 안나가도 틈만 나면 주식시황을 훤히 살필 수 있는 세상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처럼 인터넷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용하는 사람과 소외된 사람간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에게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두드리면 열리는 사이버세상이 이미 와 있는가 하면 이같은 혜택을 아직 전혀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화감과 상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소외된 사람보다 반드시 더 행복하다고 볼 수는 없다. 행복은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손쉽게 찾는 하숙방, 옛친구와의 즐거운 만남, 배우자감 고르기, 지구 반대편 사람과의 바둑 한판, 사이버 쇼핑과 주식거래 등 인터넷이라 불리는 도깨비방망이로 펼쳐지는 세상은 그야말로 잘만 두드린다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방망이를 내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잘못 두드리면 자신은 물론 남에게 피해를 줘 더불어 사는 사회에 큰 누를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제 우리 손에 들려진 도깨비방망이를 바르게 사용할 지혜를 갖자. 그 방망이를 갖지 못하거나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몫까지 생각하며 책임있게 사용해야 한다. 인터넷을 바르게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밝아질 것이며 옳지않게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세상은 빨리 병들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밝은 생각과 바른 양심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중요하다.
<한국IBM 마케팅 총괄본부 수석전무/hhkim@kr.ib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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