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험과 연륜, 패기와 진취.
케이맥 이중환 사장(45)은 「파워맨」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듯 패기가 넘친다. SL2 전하성 사장(25)은 경험을 소중히 하는 「프로」임을 늘 잊지 않는다. 세대의 벽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이 대덕밸리에 찾아온 가을의 정취 만큼이나 정겹다.
『어느덧 40대네요. 하지만 마음은 항상 젊습니다. 그동안 나이드신 분에게는 일종의 맹목적인 존경의식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바뀌었어요. 젊은 사람들한테 배워야 할 점이 너무나 많더라구요. 진취적인 생각과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집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저한테도 20대 친구가 있군요.』
『옛날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젊은 친구라면 옛 어르신들은 뒤도 안 돌아봤다고 하더라구요. 불과 얼마 전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선 분들의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본받고 싶습니다.』
마케팅 때문에 서울서 방금 도착한 SL2의 전 사장을 반갑게 맞이한 이 사장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첫 만남이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는 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올해 처음 벤처를 설립했을 때만해도 CEO 전하성이라는 이름을 낼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프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이제는 주위에서도 인정을 합니다.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프로의식을 갖고 프로답게 생활한 결과 남들도 프로로 인정하게 되더군요.』
올해 음성인식 관련 전문 벤처기업인으로 화려하게 떠오른 전 사장은 기업인인 동시에 KAIST 전산학과 석사 2년차 과정의 학생이기도 하다. 사업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자신을 밀어준 학과 교수님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자질과 경험 외에도 성취동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성취동기가 100%라면 그 사람은 성공하게 마련입니다. 자질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쌓아가면 되는 것이구요.』
성취동기를 유난히 강조하는 이 사장은 케이맥을 국내 물성분석 전문회사로 탄탄하게 키워낸 대덕밸리의 중견 벤처기업인이다. 벤처기업 선배답게 비록 나이차는 나지만 SL2를 훌륭히 이끌고 있는 전 사장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칭찬한다.
『지난 1년동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회사를 다져가는 과정에서 자칫 중심이 흔들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극복했지만요. 이제는 그런 경험들이 저에게 많은 교훈으로 남아있습니다.』
『젊으니까 몇 배나 진하게 경험하는 거예요. 전 사장은 훌륭한 CEO가 될 자질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만하지 마세요. 저도 베스트입니다.』
순간 두 사람 모두에게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비록 나이 차이는 나지만 회사를 이끌고 있는 고충을 서로가 알아주는 터였다. 이처럼 흉금을 털어놓고 나니 이제 화제는 자연 대덕밸리로 옮겨졌다. 두 사람 모두 대덕밸리에서 태동한 벤처기업인이기 때문이다.
『대덕밸리는 기술개발에 있어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기에는 서울 인프라에 비해 너무나 취약합니다. 대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마케팅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대덕밸리에는 1만여명에 달하는 벤처인들이 액티브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곳이 세계 유수의 벤처단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교통문제를 포함한 마케팅 인프라가 대덕밸리에 빨리 구축돼야 합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두 사람 모두 대덕밸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동감했다. 하지만 대덕밸리만이 갖고 있는 장점도 충분히 되살릴 필요가 있음을 이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현재 제대로 된 벤처산업이 일어나고 있는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헤란밸리에 대한 실패를 되돌아보면 욕심이 앞섰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창조적이고 하이테크적인 기술, 다변화된 시각을 보유하고 있는 대덕밸리가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이 나서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사장은 대덕밸리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에 정부에서도 말뿐이 아닌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로 태동한 대덕밸리가 전체적으로 다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하기 위한 첫번째 요건이 비즈니스적인 마인드 도입입니다.』
『맞습니다. 한계라기보다는 뛰어넘어야 할 계단입니다. 계단이라고 본다면 아까 얘기했던 것과 달리 대덕에 위치한 것이 더이상 핸디캡이 될 수 없습니다. 내수 기반의 1차적인 성장을 이뤄내기만 한다면 세계시장, 세계기업으로 나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화제의 중심이 대덕밸리로 집중됐다.
두시간에 걸친 두 기업인의 만남은 단순한 기업차원의 경영문제가 아닌 대덕밸리 전반에 걸쳐 고민하고 걱정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오늘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두 기업인은 세계 속의 기업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자고 다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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