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성방송(KSB)컨소시엄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지난주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과 코리아글로벌샛(KGS)컨소시엄의 통합으로 수세에 몰렸던 KSB가 25일 위성방송PP컨소시엄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 역공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KSB와 PP컨소시엄의 통합은 KDB와 KGS의 통합만큼 놀라운 사건은 아니다. KGS의 경우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해 오다 갑자기 통합을 선언한 반면 PP컨소시엄은 출범 초기부터 어느 한 컨소시엄과 연합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PP컨소시엄의 무게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방송위원회의 심사방안에 따라 보다 많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주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PP컨소시엄은 PP주주군이라는 별도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동안 케이블TV 방송을 운영하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그대로 위성방송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채널 활용면에서도 매우 높은 점수를 따낼 수 있다.
이 때문에 KDB, KSB, KGS 등 3개 컨소시엄에서는 PP컨소시엄과 손잡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결국 PP컨소시엄이 KSB와 손잡음으로써 KSB는 상당한 세력의 우군을 얻게 됐다.
KDB, KGS컨소시엄도 그동안 일부 PP를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였으나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PP컨소시엄에 비해 영향력이 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P컨소시엄의 주도세력인 온미디어와 m·net의 경우 자본력과 채널보유수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KSB는 이번 통합이 갖는 의미에 대해 「위성방송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콘텐츠와 마케팅의 결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위성방송의 밸류 체인으로 볼 때 콘텐츠가 갖는 비중은 전체의 60%, 마케팅은 30%를 차지하는 반면 위성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부분은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콘텐츠를 대표하는 PP컨소시엄과 그동안 위성방송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온 KSB의 결합은 말 그대로 「준비된 사업자」로 부상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3파전에서 4파전으로 확산됐던 위성방송컨소시엄의 세력구도는 앞으로 한국통신과 KBS가 주도하는 KDB컨소시엄과 DSM, 온미디어 등이 주도하는 KSB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로 굳어지게 됐다.
따라서 2개월 정도를 앞두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을 위해 양 컨소시엄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세 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KDB컨소시엄과 KSB컨소시엄은 여러 측면에서 대비된다. 구체적으로는 주도업체가 공기업 대 민간기업이라는 점과 일사 지배구조 대 다자간 공동지배구조, 대주주경영구도 대 전문경영인 책임경영구도, 지상파사업자 중심 대 뉴미디어사업자 중심인 것 등을 들 수 있다.
사업준비 측면에서 KSB컨소시엄은 KDB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위성방송 전문기업인 DSM이 4년여 동안 시장분석을 기반으로 세밀한 사업준비를 해왔으며 여기에 국내 최고의 인터넷기업인 데이콤과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기업인 SK텔레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위성방송사로 평가받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과 국내 케이블TV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온미디어와 m·net 등 채널 사업자가 가세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위성방송의 조기정착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위성방송 사업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표면적으로는 양대 진영으로 갈라져 세 싸움을 벌이는 형국으로 고착되고 있지만 아직은 완벽한 양자 대결구도라고 볼 수 없다. 양 컨소시엄 모두 참여 업체들의 지분구성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분이나 사업방향 등을 놓고 내분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또 심사기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달라진 컨소시엄 구도에 맞는 새로운 사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이에따라 누가 먼저 통합 컨소시엄의 내부문제를 무리없이 조정하고 힘을 모아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느냐가 승패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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