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27)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37>

여자가 유 회장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신음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다리가 유 회장의 허리를 뱀처럼 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가 엉덩이를 들썩일 때마다 그녀의 허연 둔부가 드러났다. 유 회장의 모자가 땅바닥에 떨어진 채 그의 발에 밟혀 있었다. 밤을 새워 여자들과 놀아난 유 회장이 또 다시 그린에서 일을 벌이는 것을 보고 나는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정력이었다.

나는 돌아서서 일행 쪽으로 걸어가며 그들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냥 쉬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공을 찾고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소모한 시간이 많았다.

걱정을 하면서 일행에게 다가가고 있을 때 뒤에서 유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 사장, 같이 가세. 좋은 구경했으면 어떤 감상의 말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유 회장은 아이언 하나를 들고 휘청거리면서 뛰어왔다. 그의 뒤로 클럽을 맨 캐디가 시침을 떼고 걸어왔다.

『형님은 정력도 좋습니다. 어제 밤에 시달렸을 텐데도 아침에 일을 벌이다니요.』

『마지막 발악을 하는지도 모르지. 자네도 남자지만, 남자는 환경에 지배를 받는 게 아닌가.』

그가 말하는 환경이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나조차 진부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를 생각하면 과거 가까이 지냈던 배용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창녀촌을 찾아가곤 하였다. 유 회장이 그보다 고급스럽게 놀고 있지만, 창녀촌을 찾아가는 일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다음 홀에서 기다리고 있던 류 총재와 왕 부총재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티샷을 하였다.

『왕 부총재는 1년 전에 붓을 찍었는데, 싱글에 육박하는 대단한 실력이오.』

류 총재가 나하고 나란히 걸어가면서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1년밖에 되지 않았나요? 수년은 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지 이십년이 되어도 계속 보기플레이입니다. 별로 취미를 들이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십년? 하하하, 나보다 오래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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