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벤처는 돈가뭄 모른다

벤처기업들이 극심한 돈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일부 국제경쟁력이 높은 핵심기술을 보유한 유망 벤처기업들이 해외 관련업체나 투자기관으로부터 거액의 투자제의를 받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국내 벤처기업들도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한 첨단기술을 응용, 이른바 「글로벌 원」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데다 벤처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벤처캐피털 등 투자가들의 자금이 초우량 기업에 집중, 이들 기업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무선주파수(RF)기술을 이용해 광통신보다 빠른 초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제4세대급 이동통신기술 개발업체인 엔알디테크(대표 신천우 경성대 교수)는 지난 8월말 실리콘밸리에서 실시한 기업설명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 루슨트테크놀로지스·시스코시스템스·와이즈텍 등 세계 굴지의 통신장비업체들로부터 투자제의를 받고 있다.

엔알디테크는 그러나 일단 국내 관련업체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로 하고 삼성전자·한화정보통신·SK텔레콤 등 대기업과 투자협상을 진행중이다. 신천우 교수는 『RF기술을 통해 최대 10㎞ 이내에서 250Mbps의 초고속통신이 가능, 통신기술을 15년 가량 앞당긴 점을 높게 평가해 국내외 관련업체로부터 투자제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액면가의 1000배 정도로 미국·유럽·아시아·중국 등 4대 지역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MP3용 오디오 인코딩 및 디코딩 칩 개발업체인 디엔씨테크(대표 박한서)는 세계시장에서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면에서 기존업체를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굴지의 공룡 칩세트업체들로부터 대형 투자제의를 받고 고민중이다.

디엔씨테크는 특히 일본 굴지의 오디오업체인 아이와에 MP3플레이어용 인코딩 및 디코딩 칩을 공급한 데 이어 최근 중국 굴지의 기업인 중지그룹에도 100만세트 정도의 납품계약을 체결, 몸값이 계속 올라가는 상태다. 박한서 사장은 『앞으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을 겨냥한 비디오 인코딩 및 디코딩 칩세트까지 개발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기관 펀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음성인식 솔루션 기술을 바탕으로 말하는 전자책(e북) 등 응용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중인 B사가 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L사로부터 900만달러 정도의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등 첨단 IT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자본경색속에서도 거액의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시장이 불안해도 세계적인 기술적 우위를 갖춘 기업은 어렵지 않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벤처기업들도 이제 단순한 아이디어보다는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제경쟁력에 초점을 두고 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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