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업종이 없어요

「전자화폐 전문업체들의 등록업종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전자화폐」라는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신생 전자화폐 전문업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못해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몬덱스코리아·V캐시·A캐시 등 실물 상점거래를 위한 IC카드형 전자화폐나 이코인·엔캐시 등 전자상거래(EC)용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들도 전혀 엉뚱한 사업목적과 업태로 등록, 자기정체성을 잃어버린 실정이다.

◇현황 ＝비자카드·SK텔레콤·롯데칠성 등이 공동 출자한 V캐시는 현재 등록업종이 「부가가치통신망(VAN) 운영업」이다. 종전 신용카드조회서비스 등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금융정보서비스를 표방한 셈이다. 삼성·LG·국민카드가 함께 설립한 A캐시도 같은 경우. A캐시 관계자는 『정확한 사업목적은 전자화폐 보급·정산서비스지만 전자화폐 관련 규정도 없는데다 현실적으로는 정산시스템 운영이 직접적인 업무』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IC카드형 전자화폐 업체 가운데는 그나마 몬덱스코리아가 사업목적에 가장 가깝다. 몬덱스코리아는 정관내 사업목적을 스마트카드·전자화폐시스템 및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보급으로 명시하고 있다.

온라인 전자화폐의 경우 더욱 동떨어진 상황이다. 이코인·엔캐시 등 대표적인 온라인 전자화폐 업체들은 종목을 인터넷서비스로, 업태를 관련 SW개발·보급사업으로 각각 등록해 사업목적만으로는 전자화폐 회사임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전자화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에 신용카드사업자의 선불카드 발행규정만이 명시돼 있을 뿐 신종 상품인 전자화폐 관련 규정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문제점 ＝실제 사업목적과 법규상 등록업종의 괴리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가지. 업계 관계자는 『업태의 차이는 각 전자화폐 회사가 개발, 보급중인 자체 솔루션의 차별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몬덱스는 단말기와 중앙전산센터간의 「정산처리」가 없는 점이 기술적 특징으로, V캐시·A캐시처럼 VAN을 통해 개별거래마다 정산처리를 하는 방식과 구별된다. 따라서 몬덱스의 경우 VAN사업자로 등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화폐 관련 규정이 없어 당장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은 사용자 보호측면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선불카드사업의 경우 총발행금액의 10% 범위에서 일종의 지불준비금을 보유토록 하고 있으나 전자화폐는 이같은 제한이 없다. 소비자보호원 강성진 박사는 『사업자가 지급능력도 없이 전자화폐를 무제한 발급할 경우 부도 또는 사고 발생시 소비자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특히 SW개발·보급, VAN 등으로 분류된 전자화폐 업태는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