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이후 치러진 최대규모의 다자간 정상회담인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의 최대의미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렀던 아시아-유럽대륙 정상협의체를 공고히 하는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유라시아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정보격차 해소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공동협력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점이 경제분야의 최대성과로 꼽힌다.
지난 95년 태국 방콕에서 태동한 ASEM은 98년 영국 런던의 제 2차 회의를 거쳐 이번 3차 서울회의에서 비로소 향후 10년 동안의 활동방향과 중점 취급사안에 방향을 마련했다. 아시아와 유럽국가 간에 본격적인 정치·경제적 협력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아시아 유럽 26개국 정상들이 통상 의장성명을 발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선언과 「아시아·유럽 협력체제 2000(ACEF2000)」 등 2개의 별도 문건을 채택했다.
서울선언은 영국과 독일 등 이번 회의에 참가한 유럽의 주요국가들이 북한-미국
수교방침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이어 북한과 유럽관계개선에 신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선언은 ASEM 회원국들이 북한과의 대화와 인적·물적 교류를 통한 관계개선을 모색한다는 기본틀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방관자적 입장에서 보아왔던 세계 주요국가들이 이제는 이해당사자 자격으로 개입하는 중요한 정치·경제적 협력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아울러 지닌다.
또 내년말로 끝나는 ASEM신탁기금의 운영시한 연장과 기금확충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AECF2000이 향후 취급할 16개 주요 신규사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우리가 제안한 트랜스유라시아 초고속통신망 구축사업·정보격차 해소사업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경제 재무분야에서 정상들은 다자간 무역체제를 강화, 교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제2의 아시아지역 금융위기 재발 방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의 불안요인 해소에 노력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서울 ASEM은 유럽연합과 아세안이라는 블록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양상을 보여온 관례를 벗어나 정상회담을 기반으로 한 상호협력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보인다.
또 한·중·일 3국의 상이한 이해관계라는 역학구도에서 한중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사업 협력, 한일간의 전자상거래 분야 협력가능성 등이 논의됐다는 점이 돋보인다.
결국 이번 서울 ASEM은 자칫 정상들의 사교모임에 그칠 우려를 보여왔던 아시아 유럽 다자정상회의를 협상기구로 격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ASEM은 앞으로 두 대륙의 공통 이익과 번영을 위해 국가적 지역적 이기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과제를 남긴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두 대륙의 정보격차 해소라는 사업의 주도권을 쥘 계기를 마련한 행사로 기억될 전망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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