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커뮤니케이션 이승일 사장(si_lee@future-pr.co.kr)
벤처의 어원은 모험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순한 모험을 시도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말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꼭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대기업만큼 넉넉한 자금이 없어도 확실한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경제적으로 그 파급효과가 컸고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신(新) 코리아 드림」을 창출했다.
한국 벤처의 산실이라는 테헤란밸리에서 일하면서부터 오래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나 기자·지인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들은 주로 기업체 홍보실이나 마케팅팀에서 그야말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다.
한때 코스닥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 붐이 일 때 벤처업계에 비싼 몸값으로 「모셔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일 중에 하나가 벤처기업을 홍보하기는 너무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창업 초기 기업들은 규모가 작아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지명도가 낮아 더 어렵다.
코스닥이 호황일 때 어렵게 받은 투자 유치자금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해 자금난으로 고생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즉 마케팅과 TV광고, 이벤트 등에 과다투자나 편중투자 등 비효율적인 자금운용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홍보에 대한 개념 자체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때 각 홍보대행사에 문의하는 대부분의 벤처업계 홍보인들은 공통적으로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보도자료의 성격에 관계없이 일간지에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
물론 방송사나 일간지가 주간지나 월간지에 비해 훨씬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각종 일간지나 방송사 등에서도 IT관련 뉴스를 크게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 놀랄 만한 요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사나 일간지·주간지·월간지 등 저마다 서로 다루는 내용이 다르듯이 기사의 성격을 무시한 이 같은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시장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벤처기업들이 지면에 무조건 「기사만 내면」 되는 주먹구구식의 홍보나 무작정 「물량만 투입」하는 마케팅은 버려야 할 때다. 광고·이벤트·마케팅 등 홍보와 관계되는 제반 여건들을 잘 통합한 「전략적 PR」를 추구해야 되는 시기인 것이다.
벤처가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이 보유한 기술과 함께 적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이고 능동적인 홍보를 해야 된다.
우선 고객층이 앞으로 성장할 것인지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국내외의 경쟁사 분석이 중요하다. 몇 개의 회사가 동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들의 사업모델이 자신의 회사와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는지, 자신의 사업이 경쟁업체 보다 나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중점적·전략적으로 홍보해야 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벤처기업의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기 위한 방법 중 매체를 통한 홍보 및 타 업체와의 사업제휴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사전에 미리 계획해야 한다.
벤처기업 경영에서 홍보 및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며 기업간의 홍보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이다. 이 경쟁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발전하는 홍보는 벤처기업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활용 가능한 자원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이 첨단기술을 갖고 있지만 적은 인력과 자금으로 승부해야 하는 벤처기업의 현명한 성장전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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