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프 테이트 램버스 사장은 119%나 껑충 뛴 분기 실적을 발표한 18일(현지시각) 언짢은 소식 둘을 한꺼번에 들었다.
현대전자가 자사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추가 제소했는가 하면 인텔 배럿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램버스와의 제휴는 실수」라고 말했다.
특허를 앞세워 거침없이 성장해온 램버스가 최근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램버스가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한 현대전자,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3개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유일하다시피 한 후원군인 인텔마저 완전히 등을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한달전 NEC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이후 기세등등했던 램버스의 앞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거세지는 D램 업계의 반발 =현대전자는 최근 램버스가 ITC에 요청했던 현대전자의 특허침해 조사를 철회했음에도 불구, 기존 특허 소송에 반독점 행위를 새로 추가했다.
같은 이유로 램버스를 제소한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의 주장은 D램 업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램버스 역시 특허권을 인정받더라도 반독점 행위로 자칫 특허권의 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또 램버스는 현대전자의 소송 관할 법원을 이관하려 하나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램버스는 동시다발적인 소송에 대한 부담을 덜고 판사의 보수적인 성향을 이용하기 위해 관할 법원을 독일 인피니온과의 소송을 진행중인 버지니아 지방법원으로 이관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램버스의 초조감은 지난 9일 현대전자에 대한 ITC 조사 요청 철회에서 엿볼 수 있다. 램버스는 ITC가 조사키로 결정한 바로 그날 조사 요청을 철회했다.
◇멀어져가는 인텔=D램 업체의 강력한 반발보다도 램버스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인텔의 행보다.
배럿 인텔 회장은 영국의 파이넨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램버스와의 제휴는 실수였으며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에 앞서 인텔은 실적 보고를 겸한 기자회견에서 데스크톱PC용 칩세트의 메모리로 램버스D램 대신에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의 적용을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그동안 고수해온 램버스 「카드」를 버릴 가능성이 매우 짙은 것이다.
램버스로선 특허로 D램 업체들을 완전히 굴복시킨다 하더라도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 =램버스와 멀찌감치 거리를 두려는 인텔의 행보는 우선 기술과 시장 환경을 반영한 것이나 램버스에 대해 적대감을 감추지 않는 D램 업계와의 관계도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D램 업체들은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램버스D램보다는 DDR SD램의 생산에 적극적이며 알게 모르게 인텔에 램버스 지원을 철회할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배럿 회장의 발언도 예전보다 강력해진 D램 업체들을 달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는 여러 회사와 싸워야 하는 소송에 대한 부담에다 인텔의 방침 선회 움직임으로 램버스의 입장이 궁색해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램버스가 현대전자, 마이크론 등 D램 업체와의 화해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 한쪽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가진 게 기술뿐인 램버스로서는 존립 기반을 잃을 수도 있는 타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유효하다. 램버스 경영진의 저돌적인 성향도 화해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현대전자는 이번 추가 제소로 반램버스 진영의 전면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앞으로 외국업체의 어떠한 특허침해 소송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추가 제소에서 보듯 램버스의 부당한 주장에 적극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분위기에서 역전당한 램버스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눈길은 램버스로 향해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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