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과 한국글로벌샛(KGS)컨소시엄의 통합은 지난 8월말 원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이 전격 무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KDB와 KSB·KGS 3개 위성방송컨소시엄은 어느 한쪽과 손잡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 가능성을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판에 KDB와 KGS가 서로 손을 잡게 만든 것은 방송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방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GS컨소시엄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KGS컨소시엄은 방송위원회의 단일그랜드컨소시엄 구성취지에 공감하고 방송위원회의 정책추진 과정에 최대한 협조하고 이를 존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위성방송사업자 허가추천기관인 방송위원회가 재벌의 위성방송 장악을 사실상 용인하는 선정방안을 의결한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심경변화의 일단을 설명했다.
또 KGS는 『KDB컨소시엄이 책임경영을 전제로 하면서도 위성방송의 사업성과 공
공성을 조화시키고자 하는 철학과 중견기업·중소벤처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원칙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재벌의 방송장악에 반대하는 입장에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KDB컨소시엄측과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KDB도 지난 16일 방송위의 선정방안 발표가 있자 곧이어 발표한 입장표명을 통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KDB는 이 발표문에서 『위성방송사업자 선정방안은 「재벌이 위성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켜 위성방송사업에 큰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방송위원회의 선정방안은 지상파방송사의 지분총합은 20%로 제한한 반면 대기업은 1개사 지분을 15%까지로만 제한함으로써 대기업, 신문·통신사, 외국자본의 위성방송 지분소유를 동등하게 33%로 제한하고 있는 방송법의 취지에 위배돼 「재벌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방송위가 확정한 선정방안이 재벌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양 컨소시엄이 하나로 통합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재벌이란 LG그룹이 대주주인 DSM을 지칭한 것이다.
KDB와 KGS의 통합발표가 있자 KSB측은 매우 당혹스런 표정이다. 일진은 KDB컨소시엄과 통합을 논의하는 한편 KSB 쪽과도 막후 협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KSB측은 『그동안 KGS와 통합을 위해 협의해 왔으나 경영권을 요구하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KGS가 KDB에 통합됐다하더라도 위성방송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그동안 경쟁자로 팽팽히 맞서왔던 KDB컨소시엄과 KGS컨소시엄의 통합은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판에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싸움에 뛰어든 PP컨소시엄의 몸값도 한층더 치솟을 전망이다.
KDB의 경우 PP컨소시엄을 또다시 흡수할 경우 세력뿐 아니라 명분상으로도 다양한 주주군을 고루 갖췄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고 KSB의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PP컨소시엄을 흡수해 위축된 입지를 강화하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KGS와 KDB의 통합은 2 대 1로 대결구도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이 단순한 숫자노름이 아닌 만큼 누가 누구와 통합했느냐보다는 누가 더 알차고 신뢰할 만한 사업계획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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