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바이오메디컬을 비롯한 나노기술 등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최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는 독일내 최첨단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이들의 기술경쟁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월 미국은 2001년도 연구비 예산을 올해보다 21억달러 증액하고 이 가운데 절반인 50%는 인간게놈연구에 투자한다고 밝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특히 미국은 뇌질환 및 당뇨병, 암, 에이즈와 같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유전공학 의약품 관련 연구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바이오메디컬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
미국의 이같은 발표로 세상의 관심은 올해 들어 더욱 높아졌으며 인간복제에 따른 윤리적 또는 법적 허용 등에 대한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바이오메디컬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프라운호퍼 바이오메디컬 기술연구소(IBMT http://www.ibmt.fhg.de)는 슐츠바크-네오바일러 분소로서 연간 연구예산만 약 100억원에 달하는 생의학 관련 전문 연구소다.
IBMT는 유럽내에서 바이오메디컬 마이크로소자 및 시스템분야 연구에 있어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연구소에서는 크게 마이크로시스템 및 이식, 텔레마티크, 초음파, 인터커넥트 등 5개 연구 분야로 구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템 분야에서는 바이오 센서와 피검사,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나 미세 세포조직을 감지하는 바이오칩과 마약 스크리닝, 종양, 뉴런신경, 심장 등을 검진하는 시스템을 개발중에 있다.
이식분야에서는 인공적으로 제작한 심장과 신경세포, 눈의 각막과 같은 장기를 신체에 부착, 장기간 적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심장박동 조정기와 달팽이관, 배뇨관과 같은 바이오메디컬 마이크로소자 등이 대표적인 이식관련 기술이다.
건강텔레마티크 분야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건강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환자들이 직접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환자의 자택에서 컴퓨터에 연결된 검사기기를 통해 의사에게 직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일종의 대표적인 연구결과물이다.
최근에는 이같은 건강검진 시스템 개발에 이어 환자와 의료정보, 의료기기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의료전담 통신의 표준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초음파 분야에서는 비파괴 검사기 및 외부 의료 진단기, 치료기기, 프로세서 조정기에 사용되는 변환기 등 다양한 초음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생산플랜트의 경우 공급관으로 운반되는 가스나 액체의 흐름을 기기의 외부에서 감지해 조절하는 자동 공정제어 시스템을 구성하기도 한다.
인터커넥션 분야에서는 신체 내부에 이식하는 생물학적 마이크로 시스템과 전자기기를 연결하는데 필요한 유무선 신호전달 체계를 개발하는 연구부서다.
이식에 용이하도록 작으면서도 성능이 집적화돼 있고 생물 친화성과 살균 등의 특성이 탁월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부서를 갖춘 IBMT는 생물학에서부터 생명공학, 의학, 재료공학, 반도체공학, 전자제어학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을 전체적으로 종합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메디컬 마이크로소자와 특수기능을 갖춘 단위 시스템, 외부의 대형 시스템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개발까지 폭넓은 연구로 독일의료기술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IBMT는 열린 경영을 표방한다.
게로손데 소장은 『세계 어느 기관이라도 연구개발을 의뢰하거나 공동연구를 원한다면 합당한 계약에 의해 프로젝트를 구성,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4년간 IBMT는 독일 정부로부터 독립, 산업체의 지원을 늘려나가는 단계를 거쳐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행,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연구결과물을 창출해내고 있다.
바이오메디컬에 이어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연구분야가 있다.
다름 아닌 나노기술 연구다.
이미 미국에서는 나노기술을 신소재 기술과 포함해 향후 10여년 이상에 걸쳐 과학기술의 혁신적 진보를 이루어낼 핵심분야 중의 하나로 채택했다.
지난 20세기의 과학이 마이크로(㎛)기술에 의해 발전돼 왔다면 21세기는 나노(㎚)기술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노기술은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단위를 10억분의 1 미터 이하로 넓히면서 동일한 자원을 현재보다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기술은 최근 들어 하루가 다르게 바이오와 신물질, 반도체,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 전 분야로 확산돼 무한한 연구분야를 창출해 내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나노입자기술과 나노표면기술, 나노구조기술, 나노디바이스기술, 나노분석기술 등으로 구분된다.
과학자들은 나노 신소재 기술이 향후 인간의 삶의 형태를 큰 폭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예측한다.
나노 신소재 기술을 활용한 나노로봇이 인간의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파괴해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또 나노어셈블러라고 명명되는 나노기계가 단백질과 페트롤늄과 같은 물질을 생산, 농장이나 유전을 대체하는 공장으로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기술도 기존의 기가비트에서 테라비트로 진입, 인간의 두뇌와 버금가는 컴퓨터가 실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존재하는 생명체를 복사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기능을 지닌 임의의 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게 된다.
나노기술이 차세대 최첨단 기술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나노기술은 기초기반을 다지는 초기단계로 나노입자의 기계적 화학적 응용에 치우쳐 있으며 대부분 거론되는 기술은 5년 내지 수십년 후에나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나노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미국은 21세기의 10대 기술로 나노기술을 선택, 과학재단과 에너지성 등 12개 기관을 중심으로 연간 6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나노입자 및 나노구조, 나노소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1년 이래 나노기술에 대한 2단계 기술개발 전략을 통산성의 주관하에 10년간 2400억원을 들여 추진중에 있다.
독일도 이에 뒤질세라 교육과학기술연구부의 주관으로 「나노세계의 혁명」이라는 프로젝트를 구성,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취재진이 이번에 돌아본 독일의 신물질개발연구소(INM http://www.inm.gmbh.de) 역시 나노물질을 비롯한 산업적으로 유용한 신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87년 설립된 INM은 현재 잘란트 주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매년 10∼15개의 특허를 출원중에 있다.
이 연구소는 하이테크를 요구하는 시장 지향성 연구를 진행중에 있으며 광통신기술과 에너지 엔지니어링, 자동차산업분야,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기술 및 의공학 분야에 요구되는 신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된 연구분야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표면 코팅연구와 광학용 신물질 연구, 세라믹 연구 등으로 나뉜다.
나노입자를 이용한 표면 코팅 연구부에서는 나노입자 표면을 화학적으로 처리, 저온에서 코팅이 가능한 방법을 개발중에 있다.
이는 부식방지용 표면코팅은 물론 긁힘방지용 코팅, 열 저항 시스템, 때묻지 않는 표면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
광학용 신물질 연구부에서는 나노입자 및 나노입자 표면처리 기법을 이용해 플라스틱 렌즈 및 스마트 윈도, 비선형 광학물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 및 타이타늄 산화물이 적층된 광섬유와 나노입자의 양자효과를 이용한 광통신용 물질 개발과 마이크로구조 연구 등도 이 연구부에서 수행되고 있다.
세라믹 연구부에서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단순한 제조기법인 침전법과 졸겔법을 이용해 나노입자 크기를 제어하는 한편 이를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갖는 세라믹 제조에 응용하고 있다.
나노기술에 대한 연구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프런티어사업의 일환으로 나노기능소자에 대한 대형프로젝트가 추진될 전망이다.
화학에서부터 전자기술까지 종합적인 기술과 학문의 배경 없이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나노기술.
꿈의 기술로 불리는 나노기술 개발에 대한 전쟁은 해를 더할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르브뤼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심규환 ETRI 회로소자연구소 책임연구원 khsim@etri.re.kr 박남규 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선임연구원 nkpar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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