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스(http://www.lucent.com)가 심상치 않다.
루슨트는 지난 10일 광통신장비 분야의 판매부진과 전화스위치장비 매출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회계 4·4분기(7∼9월) 성적이 당초 예상보다 밑돌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월과 7월에 이어 올 들어서 벌써 세번째인 실적악화 전망으로 루슨트의 주가는 11일 30%가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한때 뉴욕증시의 「황제주」로 군림했던 루슨트의 주식은 올 들어 하락을 거듭해 지금은 1년 전에 비해 70% 가까이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전망 발표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통신용 반도체사업부 분사, 광통신사업부 개편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는 중에 나와 투자자들의 실망은 더욱 큰 상황이다.
루슨트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광통신 장비 시장을 노텔네트웍스 등 다른 경쟁업체들에 선점당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루슨트의 광통신 분야 기술력은 노텔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제품 출시가 워낙 느려 통신회사들과 공급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CEO인 리처드 맥긴의 경영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지난달에도 사임설이 나돌았던 맥긴은 이번 일로 또다시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슨트의 한 주주는 『맥긴은 항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만 말해왔지만 최근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됐다』고 비난했다.
또 일부에서는 기업 내부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96년 미 최대통신업체 AT&T로부터 독립한 후 새로운 기업로고를 만들고 광고캠페인을 펼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으나 정작 체질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틴 헤커트는 『공룡기업 AT&T 시절에 가지고 있던 관료적 구조를 개선하지 않았고 방대한 조직을 줄이는 데도 신경쓰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통신시장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루슨트의 부진을 설명했다.
공교롭게 최근 AT&T도 급변하는 통신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루슨트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볼 때 루슨트에 가장 시급한 것은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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