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한글 WP 토종자존심 지킨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 행사와 국어 정보화 관련 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지는 한글과컴퓨터는 9일 한글날을 맞아 유니코드 방식을 채용한 「한글 워디안」을 선보이고 거대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고 있다. 국어정보학회는 9일 오후 한글정보 처리 전문업체와 한글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한글 컴퓨터 자판인 「정음 셈틀」 시연행사를 갖는다.

이같은 일련의 행사들은 그동안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또는 상실하고 있던 문화적인 자존심을 일시적이지만 회복시켜 준다. 그렇지만 정작 아쉬운 점은 이같은 행사들이 일회성 또는 전시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우리가 한글날 한글사랑을 공허하게 외치는 사이에도 외국의 워드프로세서나 웹에디터 등 소프트웨어는 한국시장을 무자비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워드프로세서 분야에서도 많은 부분을 잃었다. 혹자는 국내 워드프로세서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마저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다음에야 우리는 국산 소프트웨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앞날이 결코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한글날을 맞아 대표적인 국산 워드프로세서 업체들이 모처럼 내놓는 제품 출시 계획이나 영업전략은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처럼 반갑기만 하다.

대표적인 국산 워드프로세서업체인 한글과컴퓨터와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넥스소프트 등은 신규 버전 개발 작업을 완료, 이달부터 제품을 출시하거나 연내에 출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우선 한글과컴퓨터는 그동안 출시가 계속 미뤄졌던 「한글 워디안」개발 작업을 완료하고 9일 한글날을 맞아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바 언어로 개발된 인터넷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발을 마치고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인 「넷피스」를 통해 싱크프리닷컴사의 워드프로세서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시범서비스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기존의 아래아 한글 문서와 호환되며 조만간 훈민정음 및 MS워드와도 호환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한글과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2000」과 경쟁하기 위해선 「MS 오피스2000」과 같은 통합 패키지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연내에 워드프로세서, 프레젠테이션SW, 넷피스 활용소프트웨어 등을 통합한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컴은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 6일 일본의 BIT사와 일본어판 수출계약을 체결, 오는 2003년까지 50만카피를 수출키로 한 데 이어 중국의 장성PC와도 아래아 한글의 중국어판인 「문걸」의 번들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인 8848(http://www.8848.com.cn)을 통해서도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

삼성전자 「훈민정음」 개발팀에서 분사한 넥스소프트(대표 이상근)도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이 회사는 오는 11월 훈민정음 워드프로세서와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동중에도 문서작성 등이 가능한 제품인 「웹오피스」를 개발, 자사와 외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ASP 방식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넥스소프트가 인터넷을 통해 ASP방식으로 워드프로세서 서비스를 제공키로 함에 따라 워드프로세서전쟁은 패키지분야에서 온라인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넥스소프트는 워드프로세서인 「훈민정음 2000」의 업그레이드판도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새로 개발되는 훈민정음 워드프로세서는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XML호환 기능과 문서편집 엔진 부분을 보강, 출시될 예정이다. 이어 내년중에 음성인식기능과 다국어 지원 기능을 갖춘 훈민정음 신버전을 개발할 방침이다.

넥스소프트는 새로 개발된 제품들의 경우 삼성전자를 통해 PC OEM을 비롯,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자체적으로는 웹오피스 사업에 적극 진출하기로 했다.

이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제품개발 의지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업체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한글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2000의 가정용 버전을 개발해 대폭 할인된 가격에 공급할 예정이어서 국산 워드프로세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와 마이크로소프트 간에 벌어지고 있는 대결은 국산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자생력과 국제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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