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 공간을 주 학습장으로 하는 새로운 사이버교육시대가 온 것이다.
이젠 집에서도 컴퓨터와 모뎀만 있으면 대학의 학부과정은 물론 석박사학위까지 딸 수 있다. 영어·중국어·일어 등 외국어 강의와 금융·공무원·세무·회계·법률·고급IT 분야의 전문 자격증도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사이버교육은 학생들에게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집이나 직장은 물론 시내의 통신강의센터 등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내용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인터넷이라는 무한대의 정보공간을 이용하는 만큼 학습량도 실제 캠퍼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일반 오프라인 교육기관과 동등한 학력 및 학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정부도 향후 등장할 사이버교육기관을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열린교육사회와 평생학습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평생교육시설로 규정했다. 또 법령과 학칙이 정하는 일정 과정을 이수할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과 학위가 인정되는 고등교육기관의 기능도 수행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사이버교육은 학교 선생님과 사업자들에게도 많은 기회와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얀 분필가루를 마셔가며 똑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할 필요가 없다. 제대로 만들어진 교육용 멀티미디어 콘텐츠 하나면 전국민을 상대로 명강의를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실제로 오프라인의 유명 외국어학원 인기강사가 하루평균 250명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에 비하면 사이버학원 강사는 이보다 수백배나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두평 남짓한 강의 녹음실만 있으면 수만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유명강사도 될 수 있다.
또 고객 확보나 흡입력면에서 교육시장만큼 경쟁력 높은 분야도 드물다. 더욱이 사이버교육은 그동안 정보화에 소외됐던 주부·직장인 등 일반인까지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성장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인터넷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들이 인터넷시장에서 사이버교육시장을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 4월 27일 「과외금지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원격교육시장에 불을 지피게 됐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교육이 주를 이룬다. 교육의 불평등 해소라는 대의가 사이버교육시장 부흥의 논리적 밑받침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인터넷 원격교육서비스 사이트가 하루 10여개 이상씩 생겨날 정도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사이버교육시장 규모는 대략 500억원 정도. 이는 전체 교육시장의 2%를 차지하는 작은 규모다. 하지만 최근 사이버교육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할 때 오는 2002년에는 5조원 이상의 시장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한국교육개발원의 예측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향후 2년간 100배 이상의 시장 성장을 거둔다는 얘기다.
특히 교육용 솔루션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다. 현재의 텍스트 위주에서 탈피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좀더 강화한다면 전세계적인 교육추세와 맞아 떨어져 수출의 길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포씨소프트·고려정보테크·아이빌소프트·이앤에스 등 교육용 솔루션 업체들은 보다 쉽고 강력한 기능의 새로운 콘텐츠 개발툴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교육의 성공 여부는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교육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교육 방식과 우수 콘텐츠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온라인상으로 단순 콘텐츠만을 제공하거나 질의와 응답시간이 하루 이상 소요되는 것은 사이버교육 특성상 맞지 않다. 따라서 텍스트와 그림, 그리고 동영상이 상호 연동되는 생동감있는 콘텐츠의 제작과 함께 필요한 질문은 즉시 묻고 답할 수 있는 실시간 멀티미디어 기능도 필수적이다.
교육분야인 만큼 단순히 사업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 인재 양성이라는 공공개념의 시각적 접근도 필요하다. 공교육이나 오프라인교육이 메꿔주지 못하는 기능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이버교육도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인간교육의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선진 사례>>
미국에서 13번째로 규모가 큰 명문 사립대학인 로체스터 공과대학(http://www.rit.edu)은 오프라인교육기관으로 온라인상에서도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대학은 이미 지난 79년부터 세계 어디서나 등록할 수 있는 「장거리 교육제도(Distance Learning)」를 선보였다. 70년대에는 비디오교재를, 80년대에는 팩스와 통신을 주로 이용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채널이 됐다.
특히 로체스터 공과대학은 온라인강의에 대한 완벽한 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에 5만권 이상의 도서를 DB화한 사이버도서관을 개설해 놓고 팩스와 e메일로 편리하게 교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3000여명의 학생들이 로체스터 대학의 온라인과정을 듣고 있으며 정규코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학습량도 실제 캠퍼스에서 배우는 학생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학비도 오프라인과정과 똑같은 수준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최근 사이버공간에서만 존재하며 최초로 대학졸업장을 공인받은 가상대학이 탄생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대부분의 가상대학들이 실제의 캠퍼스와 도서관 및 강의실, 교수를 갖추고 있지만 5년전 케이블TV 사업가인 글렌 존스가 설립한 「존스 인터내셔널」은 오직 인터넷에서만 문을 연다. 컬럼비아와 스탠퍼드, 텍사스 디자인 대학 등 명문대 교수들이 강의를 맡고 있는데 모두 존스 인터내셔널 소속이 아니라 프리랜서다.
이 학교는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과 혁신적인 수업모델로 미국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8주당 수업료는 700달러. 일반 대학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렴하기 때문에 입학 경쟁률도 높다. 현재 세계 34개 국가에서 950명의 학생들이 이 사이버대학을 다니고 있다.
존스 인터내셔널은 권위를 인정받는 만큼 졸업장을 받기도 쉽지 않다. 1회 졸업생인 조안 크리텐슨(50)은 『매일밤 11시까지 공부해야 할 만큼 그동안 살면서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을 정도다. 존스 인터내셔널 측은 오는 2001년까지 6000여명의 학생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현황>>
최근 국내 사이버교육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원격(가상)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이트는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하루에도 10개 이상씩 새로 생겨날 정도다.
또 국내 주요대학은 물론 대성학원·종로학원·정일학원 등 오프라인 입시학원들이 이미 교육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종합 인터넷 포털업체들과 하이텔·유니텔 등 PC통신업체들도 사이버교육시장 선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에 따라 사이버교육 솔루션 업계 또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영산정보통신의 「GVA」가 아직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포씨소프트(액티브튜터)·고려정보테크(에듀워어)·웹브레인(사이버렉)·에이앤에스(나누미)·아이빌소프트(e스터디) 등 40여개 이상의 전문업체들이 각기 다른 교육솔루션 제품을 출시하고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격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국내 IT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평생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일정 자격만 갖추면 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매체의 사이버교육을 통해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원격대학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최근 원격대학 설치신청을 마감한 결과 16개 학교의 설치계획이 접수됐다. 설치계획 신청현황을 보면 학사학위 과정 13개교, 전문학사학위 과정 3개교이며 기존 대학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신청한 경우가 4개교이고, 단독으로 신청한 경우가 8개교다. 또 대학이 아닌 일반기업이 재단법인을 구성해 신청한 경우도 4개교에 이른다. 교육부는 심사를 통해 오는 11월말까지 설치인가를 해줄 방침이며 인가된 대학은 내년 3월에 개교한다.
따라서 이들 대학을 포함, 내년 7월 개교를 목표로 현재 원격대학 설립을 추진중인 업체 및 대학 컨소시엄까지 합하면 최소 30개 이상의 원격대학이 내년에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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