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전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싫다.」 벤처캐피털의 전문 CEO로 맹활약하다 올들어 대주주와의 의견대립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표를 던지고 나왔던 전문 벤처캐피털 CEO 출신들이 최근 잇따라 독립을 선언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KTB네트워크와 LG벤처투자 등을 거쳐 한국IT벤처의 초대 CEO로 활약하며 이 회사를 단기간에 정상급 벤처캐피털로 올려놓았던 연병선(47) 사장은 지난 6월 대주주인 한국통신 전문 CEO 자리를 내놓고 최근 「연앤벤처투자」라는 창투사를 설립, 재기에 나섰다.
연 사장 개인이 최대주주인 16%를 출자해 납입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한 연앤벤처투자는 한국IT벤처 출신 전문 심사역들을 중심으로 인적 구성을 완료하고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에 둥지를 텄다. 연 사장은 『투자분위기가 냉각됐지만 이에 상관없이 조만간 중기청 인가가 나는대로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며 『최대주주이자 CEO인 만큼 앞으로 소신있는 투자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 &A) 전문가에서 지난해 설립된 이캐피탈의 전문 CEO로 변신했던 홍종국 사장(42)은 대주주와의 견해차이로 퇴사했다가 최근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다인벤처스」라는 벤처컨설팅업체를 설립했다. 홍 사장은 올해 안으로 자신 스스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 선까지 출자, 자본금을 100억원 이상으로 늘려 창투사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 창투사였던 한국드림캐피탈(현 미래에셋VA)의 초대 CEO로 활약하며 1년도 채 안돼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박현주 신화」의 숨은 공신 중 하나였던 전일선 사장(52). 국내 벤처캐피털 전문 CEO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상반기에 퇴사한 그는 자신이 중심이 돼 주요 업종별 대표주주를 구성한 독립 창투사로 이르면 10월쯤 돌아올 예정이다.
벤처법률지원센터를 설립하며 법률 기반의 벤처컨설팅 및 인큐베이팅사업에 주력하다 올해 주택은행이 출자한 퍼시픽벤처스의 전문 CEO로 탈바꿈, 200억원대의 투자자산을 주무르던 배재광 사장(35)도 최근 이 회사 CEO 자리를 내놓고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배 사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완전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관행이 벤처캐피털 전문 CEO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며 『조만간 자신을 중심으로 창투사를 직접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이외에도 대주주와의 마찰로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상당수 벤처캐피털 CEO나 핵심 심사역들이 전문 CEO의 한계를 절감, 독립 CEO로의 새 출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어떤 업종보다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특성을 대주주들이 충분히 이해하는 풍토가 조성되기 전에는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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