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피아<25>
폭탄주를 다섯차례 돌리고 나서 우리는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며 남자 할 것 없이 만취가 되었다. 알렉세이비치는 취하자 그의 남자 애인에게 바이올린을 켜게 하고 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을 하면서 음악공부를 했다고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케나리아냐는 러시아 유행가를 켰다.
술이 취한 나타리야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더욱 인형처럼 되었다. 술에 취한 인형이었다. 육인조 음악단이 연주를 하였고, 우리는 짝을 지어 춤을 추었다. 일행 가운데 가장 많이 취한 것은 나였다. 역시 러시아적인 기질이 술에는 강한지 여자 남자를 불문하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버티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취기가 더욱 엄습했다. 휘청거리며 쓰러질 것만 같아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번에는 파트너를 바꾸어 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케나리아냐가 나와 춤을 추면서 그녀의 불룩한 젖가슴을 가슴에 대었다. 워낙 가슴이 커서 피할 수는 없었으나, 그것을 밀착시키더니 천천히 비벼대었던 것이다. 나는 가슴으로 전해지는 그녀의 탱탱한 젖무덤을 느끼면서 이 여자가 왜 이럴까 하고 경계심을 가졌다. 더구나 그녀가 여자가 아니고 성전환을 한 남자라는 것을 알자 더욱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미묘한 기분은 나의 몸을 더욱 확 달아오르게 했다. 그렇지만, 내가 호모 기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일은 없었다. 일종의 호기심에 불과했을 것이다. 나는 가급적 몸을 빼어서 그녀로부터 떨어지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소용이 없었다.
나타리야가 나를 침소로 부축해 데려다 주었다. 보드카와 포도주를 섞어 마신 것이 단번에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몸이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정신은 그대로 있었다. 무엇보다 여자로부터 느껴지는 감각은 더욱 생생하게 전해왔다. 나타리야는 침소로 들어가 나의 옷을 벗겨 주었다. 내가 손을 내저으면서 사양을 했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일을 했다. 옷을 완전히 벗긴 것은 아니지만, 셔츠와 팬츠만을 남기고 모두 벗게 했다. 욕조에 물을 받고 나를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방을 나갔다.
여자가 나가자 나는 욕조 바닥에 주저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배가 계속 움직이고 있어 몸이 흔들렸고, 그 순간 어지러웠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렉세이비치는 왜 나에게 시간을 내주고 있는가. 그냥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포섭하려는 다른 목적이 있는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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