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
디지털 혁명은 마케팅의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즉 마케팅의 4가지 기본요소인 광고 및 판촉, 생산, 장소, 가격의 개념이 바뀐 것이다.
첫째, 일방적이던 프로모션이 양방향 또는 소비자마다의 다른 취향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가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방문하는 고객이 주로 찾는 페이지를 컴퓨터로 분석해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한다. 그리고는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에 방문할 때 그 고객이 흥미로워하는 제품이나 정보를 첫 페이지에 보여줌으로써 호감과 관심을 높인다.
예전에는 획일적으로 전달되던 광고가 인터넷에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선별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프로모션은 광고의 효율과 그 웹 페이지의 방문횟수를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둘째, 생산방식이 대량생산에서 주문생산 혹은 개별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생산자가 중심이던 시대에는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오늘날에는 대량생산 방식이 먹혀들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생산기법을 통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한 자전거 회사는 여러가지 모델의 자전거를 팔아오던 중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자전거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판매방법을 개발해냈다. 인터넷을 활용해 무려 1100만 가지의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즉 고객이 산악용 자전거를 사면서 바퀴는 A라는 모델로, 헤드라이트는 B로, 손잡이는 C로 하는 등 자기가 원하는 모양의 자전거를 스스로 맞춤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이 경우 기존 모델의 가격보다 10%를 더 청구한다. 비싸더라도 개성있는 자전거를 갖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한 것이다.
셋째로 지역적인 제한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사이버 공간에 있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아마존을 이용해 미국의 최신간 서적을 구입하는가 하면 많은 미국 고객들이 사이버몰을 통해 이태원의 맞춤복을 사기도 한다.
넷째로 제품 가격의 책정도 다이내믹하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동일 제품에 대해서는 동일한 가격이 책정됐었다. 오늘날 앞서가는 회사들은 최신 기술을 이용해 고객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대형할인매장이 자체 카드를 발급하고 구매액을 합산해 고객에게 특별 사은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할인매장에서는 한단계 더 나아가 고객이 회원카드로 물건을 살 때 입력되는 정보를 분석해 그 고객의 구매패턴을 파악하고 관련제품에 특별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만약 어떤 고객이 기저귀를 사면 계산하는 순간에 컴퓨터 시스템은 이 고객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고 영수증을 발급할 때 영수증에 「감사합니다. 아래 상품을 2주 내에 구매하시면 5%를 할인해드립니다」하고 기저귀, 유아용 우유, 분유, 유아용품 등을 자동으로 찍어 준다. 그 고객에게 필요한 다른 품목을 추려서 즉석에서 특별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는 상품의 가격도 고객 한 사람에게 맞게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도래된 디지털시대는 광고를 하는 방법,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법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고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추어 가격을 정할 수 있게 가격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간의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디지털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겐 우물 안의 세상이 전부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물 안에서 밖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서 보는 것이다. 우물 안의 세상보다 우물 밖의 세상이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더 큰 도전과 성공이 가능하다.
<한국IBM 마케팅 총괄본부 수석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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