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기술용어의 이질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표준협회(대표 정몽구 http://www.ksa.or.kr)가 공개한 남북한 기술용어 비교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는 전문기술용어 중에서 남한과 상이한 사례가 지나치게 많아 본격적인 남북경제교류를 앞두고 양측의 기술용어 표준화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협회측이 북한의 기술표준규격체계인 「국규」 표준자료 일부를 관계당국을 통해 입수, 분석한 결과 남측과 전혀 다른 기술용어 표기사례를 1200여개나 발견했다.
이는 전체 국규 표준조항 1만3000종 중 현재까지 외부세계에 누출된 기술표준 1000여종만을 조사대상으로 나온 결과며 앞으로 남북한 경제교류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기술용어 차이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남북한 기술용어 중에서 대표적인 차이점을 들면 전자(electron)를 나르개, 트랜지스터를 3극소자로 담금질을 소경으로 부르는 등 해당분야 기술자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흔하다.
가령 남측 전기기술자가 『브라운관 불량원인은 편향요크의 합선 때문이다』라고 하면 북한 기술자는 이를 『텔레비죤수상관 불량원인은 편향줄토리의 맞닿이 때문이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기술용어는 체제 특성상 트랙터를 뜨락또르로 발음하는 등 러시아식 발음을 그대로 차용한 경우가 많다. 또 인장강도를 당김세기, 압축강도를 누름세기로 표현하는 식으로 한자기술용어를 가능한 한 순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는 이른바 「주체식」 조어체계를 고수하고 있어 일부 국어학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표준 체계분야에서 지난 반세기동안 남한은 주로 일본 및 미국 규격을 수용한 반면 북한은 구소련과 중국의 기술표준을 따라왔기 때문에 향후 통일된 기술용어 체계를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에서 소형모터 조립라인을 운영 중인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북측 기술담당자와 사적인 대화에서는 어려움이 없지만 막상 기술적인 토론에 들어가면 생소한 전문용어 때문에 의사전달이 자주 막힌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반화 된 미국식 기술용어 표현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신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이러한 남북한 기술용어의 이질현상이 더욱 심각해 북한지역에 통신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방북경험이 있는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북한기술표준 체계를 연구해온 한양공대 윤덕균 교수는 『남과 북에서 이질적으로 통용되는 각종 산업기술용어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기술용어 표준사전을 제작하는 것이 이산가족문제 못지 않게 시급한 현안』이라고 촉구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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