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현장을 가다>18회-미국 NIST NVLAP(1)

한 국가의 산업경쟁력이 정보통신산업의 발전 정도와 기술력에 크게 의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산업경쟁력 강화와 21세기 생존을 위해 정보통신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야가 표준화와 시험 및 인증이다. 이는 이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선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취재팀은 특히 정보통신분야에서 선진적인 기술과 신뢰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의 시험소인 NIST NVLAP, 톨리그룹, NTS XXCAL을 탐방, 4회에 걸쳐 미국의 시험소 현황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국내 정보통신시장은 물론 국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일까.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경제모델 설정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보통신 정책가들은 『이러한 기술을 기저에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표준화」를 선도하고 상용화되어 있는 기술에 대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시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시험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조율은 상무부 산하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 소속된 NVLAP(National Voluntary Laboratory Accreditation Program)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시에서 멀지 않은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위치한 NVLAP은 웬만한 대학캠퍼스 수준의 넓은 대지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잔디밭에는 사슴들이 뛰노는 국립공원 같은 분위기지만 대형 트럭 등은 진동으로 인한 시험오차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이다.

NVLAP은 지난 95년 국가간 무역장벽을 해소하고 시험인증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해 APEC 산하에 설치된 APLAC(Asia Pacific Laboratory Accreditation Cooperation)의 미국측 담당기관. APEC내 시험결과 상호인증협정 활동을 주도하고 있기도 해 미국정부의 시험관련 대표기관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NVLAP이 미국의 모든 시험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방부·농업부·보건부 등이 상무부의 관할하에 있는 NVLAP과는 별도로 시험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나름대로의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인정 프로그램들은 NVLAP에 비해 규모가 작고 대부분 NVLAP의 운영절차를 준용하고 있어 NVLAP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정부의 시험관련 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

인터뷰차 만난 데이비드 앨더맨 센터장은 『NVLAP은 미국연방 정보 차원의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형식승인 시험을 수행하는 시험소를 정부차원에서 인정해주고 인정된 시험소의 운영상황을 주기적으로 검사하며 새로운 시험기술에 대한 인정기준을 작성하는 등 미국 정보통신 기술개발은 물론 전세계 정보통신시장의 안정적인 발전과 신뢰성 유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간략히 정리해 주었다.

NVLAP은 이러한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NIST 내부 전문가 3000여명의 지원을 받아 특정 시험기술에 대한 시험소 인정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시험소 인정절차를 운영한다. NVLAP이 시험소를 인정하는 절차는 ISO가이드58에 따라 시행된다. 이때 시험소가 만족해야 하는 기준은 ISO가이드25와 ISO17025 표준을 기본으로 하고 각 시험소의 시험분야에 따른 NVLAP에서 작성한 시험분야별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한다. 시험소의 시험분야에 따른 시험기준은 주로 FCC 또는 국방부 표준(Mil Specs)에 따른 시험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작성되며 하나의 시험분야에 대해 반드시 ISO가이드25를 기준으로 하는 일반적인 시험소 품질기준과 해당 분야에 대한 특별 기준을 만족하는지를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실시한다.

NVLAP의 인정 프로그램은 크게 교정시험소그룹(Calibration Lab Group), 화학교정그룹(Chemical Calibration Group), 컴퓨터/전자분야 그룹(Computer/Electronics Group), 방사능그룹(Dosimetry Group), 환경그룹(Environmental Group), 고정체 및 금속분야 그룹(Fasteners and Metals Group), 제품시험그룹(Product Testing Group)의 7개 분야로 구분돼 있다. 각 분야는 다시 기술적 특수성과 제품의 종류, 응용분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라 총 24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NVLAP에 의해 인정된 시험소는 미국 내외를 합해 교정시험소그룹에 60개, 화학교정그룹에 11개, 컴퓨터/전자분야 그룹에 184개, 방사능그룹에 41개, 환경그룹에 347개, 고정체 및 금속분야 그룹에 64개, 제품시험그룹에 94개로 총 801개소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NVLAP은 800곳이 넘는 이들 시험기관을 관리하기 위해 NIST 소속의 3000여 전문 연구인력과 미국 각 산업분야의 전문인력을 활용, 원외심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질적인 인증심사와 사후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분야에 따라 평균 1년 또는 2년에 한번씩 주기적인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NVLAP 운영인력은 총 16명으로 모든 예산을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조달하고 있어 예산 측면에서의 경제적 자립도는 100%라는 것이 연구소측 설명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지 않아 운영에 대한 대정부 독립성도 높은 편이다.

반면 NVLAP은 전세계 정보통신 장비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 100MB 속도의 패스트 이더넷(Fast Ethernet) 장비와 기가비트 이더넷(Gigabit Ethernet) 장비, 엔드투엔드(End-to-End) QoS 보장을 목표로 하는 인터넷 솔루션용 통신장비, ATM/BISDN 장비 등 핵심 통신장비에 대한 시험과 각종 정보통신 서비스 등에 대한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 통신장비, 더 나아가 통신산업 전반의 특수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이나 일본, 한국과 달리 통신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정부기구가 없고 AT&T, 루슨트,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정보통신 장비 및 소프트웨어 관련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보통신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율경쟁에 의해 기술발전을 유도하는 특수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 정부 차원에서 첨단 통신장비나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시험인증 요구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신사업자나 장비 제조업체가 요구하지 않는 이상 국가 차원의 시험인증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시행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NVLAP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미국 정부 차원에서 시험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NVLAP이 선도해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체들과 정부의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NVLAP의 활동방향이 주목받고 있는 시점이다.

한편 미국의 정보통신 정책과 행정부의 특이성 및 자유경쟁체제 등으로 인해 미국내에는 NVLAP 이외에도 A2LA(American Association for Laboratory Accreditation, http://www.a2la.org)와 같은 민간주도의 시험소 인정기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민간 시험소 인정기구 역시 NVLAP과 거의 동일한 분야 또는 더욱 확장된 분야에 걸쳐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A2LA의 경우 NVLAP과 동일한 권한으로 APLAC에 참여, 독자적인 시험소 인정기구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A2LA와 같은 민간기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NVLAP과의 공조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내에는 이러한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도 자체적인 기준에 의해 성공적으로 시험소를 운영, 세계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은 사설 시험소들이 사업분야를 넓혀가고 있어 시험인증 분야에 대한 자율성과 시장주도의 자율적 통제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살펴볼 톨리그룹과 XXCAL도 그런 사설기관 중 하나다.

현재 NVLAP으로부터 공인 시험기관으로 인정받은 한국 시험소는 화학성분 시험분야 1개소와 FCC 시험분야 1개소 등 모두 2개소. 이들은 미국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NVLAP을 통해 시험소 인증을 의뢰한 것으로, 국내의 공인 시험소 인정 프로그램인 KOLAS 등을 통한 MRA를 적절히 이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오영희기자 yhoh@etnews.co.kr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장웅 ETRI 정보화기술연구본부 선임연구원 jang@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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