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가 떠오르고 있다. 마치 벤처붐이 형성될 때 정보기술(IT)벤처가 각광을 받았던 것처럼 바이오가 붐을 형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는 의료기기 등 메디컬분야, 헬스케어분야, 유전공학 관련 분야, 미생물 분야, 의약분야, 농업, 환경 등 넓은 의미의 생명과학(라이프 사이언스)분야를 총칭한다. 한마디로 사람이나 생명체와 관련된 첨단 연구분야가 바로 바이오산업의 근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동물복제의 성공과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인간의 DNA구조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등 바이오기술이 급진전하고 있는데다 바이오와 IT기술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바이오의 영역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미래의 기술인 「기초과학」쯤으로만 여겨졌던 바이오의 상용기술이 속속 출현하면서 세계 바이오산업은 계량적인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규모만도 올해 약 540억달러에서 2003년 740억달러, 2008년 1250억달러, 2013년 2100억달러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벤처붐을 재촉, 벤처의 본고장인 미국을 필두로 세계가 바이오에 주목하고 있다. 첨단 IT기술이 주도하는 미국 나스닥시장 역시 이미 상당수 바이오기업들이 상장, 바이오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바람은 유럽·일본 등 선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올 들어 바이오산업이 IT와 함께 미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며 붐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실질적인 바이오벤처 1호로 평가되는 생물벤처기업 마크로젠이 코스닥에 등록, 두각을 나타내면서 바이오 관련 창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바이오 관련기업은 200개를 가볍게 돌파했다. 이 가운데 벤처기업만도 133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내 벤처산업이 지나친 IT 편중현상으로 심한 홍역을 앓으면서 벤처 저변확대의 기대주이자 「포스트 IT」의 대표주자로 바이오분야가 급부상,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관련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벤처 창업붐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바이오벤처협회까지 발족됐다. 생명공학연구소 등 바이오 관련 연구소가 집중된 대덕연구단지에는 바이오 바람이 불고 있으며 그동안 IT관련 교수들의 행보를 지켜봤던 생물학과 등 바이오 관련 교수들은 새로운 벤처드림 실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바이오붐 뒤에는 리스크가 큰 바이오벤처기업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털이 있다. 그동안 IT투자에 주력했던 벤처캐피털들은 올 들어 바이오분야에 투자를 집중, 이미 다양한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업체가 상당수에 이른다.
최근에는 녹십자창투, 한국바이오기술투자 등 바이오 전문 창투사까지 출현했으며 현대기술투자·우리기술투자·무한기술투자·UTC벤처·한미열린기술투자 등은 바이오 벤처에 투자를 집중하는 전문 펀드까지 결성했다.
현대·LG·SK·삼성 등 4대 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은 바이오분야를 미래 중점 투자분야로 선정,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제약회사를 비롯한 식품·의료 등 바이오 관련 기업도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바이오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장·기술·인력 등 바이오의 핵심 인프라가 매우 취약해 바이오벤처가 IT벤처처럼 빠르게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바이오붐이 닷컴기업의 궤적을 답습, 멀지 않아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선 바이오산업의 기반이 되는 내수시장이 협소하다. 98년 기준으로 국내 바이오시장은 5085억원에 달하지만 제약이 전체 시장의 50%를 웃돌고 있다. 특히 고부가 첨단 지식산업으로 분류되는 첨단 바이오시장은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은 상태다.
시장이 발달되지 못하다 보니 기술 역시 매우 취약하다. 바이오의 특성상 국제경쟁력이 필수로 요구되지만 아직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만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많지 않다. 산자부에 따르면 우리의 바이오 기초기술은 미국의 70∼85% 수준이다. 특히 신물질 창조기술은 미국의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기술 부족은 전문인력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바이오관련 석·박사급 인력은 1000여명 수준이다. 특히 바이오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숙련 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고급인력 부족 문제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밖에 벤처비즈니스의 핵심인 투자회수가 긴 것도 국내 바이오벤처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벤처비즈니스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21세기 신바이오산업 시대를 맞아 바이오벤처의 부상은 시대적인 요구』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정책개발과 투자확대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 △전문인력 양성 △국제표준·국제협약·국제공동개발 등 국제화 등 제반 여건만 개선된다면 IT에 이어 바이오 또하나의 벤처신화를 창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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