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컴퓨터 업계의 중요한 이슈중 하나는 리눅스 운용체계(OS)가 MS의 윈도나 유닉스 진영에 맞서 얼마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직 응용 애플리케이션의 부족과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의 리눅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용자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인터넷용 웹서버나 메일 서버 등 용도로 리눅스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 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서버용 운용체계 시장에서 리눅스가 17.2%를 차지, 지난 97년보다 두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같은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오는 2003년까지 전체 시장의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리눅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에서도 리눅스 사업만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리눅스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리눅스협의회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하다. 리눅스협의회는 이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공동으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작년 하반기에 구성된 순수 민간협의체다. 현재 리눅스협의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48)은 그 누구보다 바쁘다. 반도체분야의 대가로 알려진 그에게 한국리눅스협의회의 회장직은 어찌보면 생소한 것 같다. 하지만 리눅스에 대한 애착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지난 98년 6월 삼성전자, 컴팩 등이 공동으로 출자해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API의 사장직을 맡으면서 리눅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API는 현재 알파칩에 리눅스 운용체계를 포팅해 주요 협력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불고 있는 리눅스 붐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진 회장은 API사업 추진과정에서 리눅스가 향후 운용체계 분야에서 큰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고 작년에는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모임을 주선, 현재의 협의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당시 리눅스의 활성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의 조언도 한몫했다. 대기업 임원이 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받아 들였던 것이다.
현재 진 회장은 수원 사무실에 설치된 3대의 데스크톱 컴퓨터 중 한대에 리눅스를 깔아 놓고 틈나는대로 리눅스를 사용해 보고 있다.
진 회장의 리눅스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우리나라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년 지불하는 로열티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하는데 비해 리눅스를 사용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에는 이같은 비용을 최소 3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리눅스의 보급이 현 시점에서 왜 그리 중요한지 강조한다.
그는 리눅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개선해야 될 점도 서슴없이 지적한다. 리눅스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안정성이나 보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관련업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 『리눅스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리눅스 업계가 공동으로 리눅스 교육을 활성화하고 성공사례를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관공서 전산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리눅스기술 교육을 실시해 리눅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공사례를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리눅스를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진 회장은 리눅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서 리눅스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경우 통상문제나 마이크로소프트등 업체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우회적으로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리눅스 사용이 늘면서 리눅스에 대한 일반 기업체나 컴퓨터 사용자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중국도 정부가 앞장서서 리눅스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진 회장은 국내에서도 정부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 리눅스를 사용할 경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중국·북한·동남아 국가 등에서도 최근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국내 리눅스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 이들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한 컴퓨터업체가 캄보디아에 리눅스 운용체계와 데이터베이스관리프로그램을 탑재한 알파 서버를 기증해 좋은 인식을 심어 주었는데 이같은 사례가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촉매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리눅스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정확히 지적할 정도로 리눅스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높다. 흔히 리눅스 서버를 웹서버나 메일 서버 등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오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리눅스 기술은 이미 슈퍼컴퓨팅 기술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슈퍼컴퓨터에 리눅스 운용체계가 적용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 자이온스시스템, API 등이 공동으로 128노드를 갖춘 클스터링 방식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CDMA시뮬레이션, CAD툴 개발 등에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성공사례가 리눅스산업을 활성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리눅스업계가 공통으로 느끼는 현안을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한 점에서 진 회장은 한국리눅스협의회의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협의회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눅스 배포판 100만장 보급, 리눅스의 표준화 및 교재의 개발, 클러스터링 시스템 기반 기술개발 등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까지 않을 계획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선 누구라도 만날 각오를 하고 있다.
진대제 한국리눅스협의회 회장. 그는 반도체분야에선 너무나 유명하다. 우리나라나 외국 반도체 관련업계 관계자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세계적인 사업으로 키우는데 그동안 쏟았던 그의 열정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 리눅스사업을 어떻게 활성화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사업으로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약력>
52년 경남의령 출생
7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7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대학원 석사
79년 매사추세츠대 전자공학과 석사
83년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 박사
81∼83년 HP IC LAB 연구원
83∼85년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85∼87년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 근무
87∼97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근무
98∼99년 삼성전자 부사장·중앙연구소 소장
2000년 1월∼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대표이사
<주요 수상 경력
89년 삼성그룹 기술대상(16M D램 개발)
94년 특허청 특허기술상
97년 한국공학원 한국공학 기술상·과학기술부 대한민국기술상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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