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연재-CNET코너>다시 보는 음성인식 기술

지난 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IPO)한 스피치웍스의 주가는 거래 첫날 공모가 20달러의 3배에 가까운 56.75달러까지 뛰었다. 5일에는 9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 다른 음성인식 기술업체 뉴안스커뮤니케이션 역시 몇달 전 IPO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700% 이상 올랐다. 뉴안스의 공모가는 17달러였지만 지금은 15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음성으로 모든 전자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도 말을 알아듣는다는 꿈같은 컴퓨터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SEK전시회에 등장한 음성인식 솔루션은 「오른쪽 창문 내려, 불 켜」라는 기능을 선보이고 수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코엑스 전시장의 세피아자동차는 불특정 다수의 운전자의 말에 따라 차례대로 명령을 수행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주연한 전격제로작전에 나오는 자동차 「키트」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칩 기술 발전과 단순한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음성명령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한 장면이다.

사실 음성인식 기술은 80년대만 해도 기대가 부풀었다가 한 풀 꺾였다. 음성인식 기술은 90년대 국내에도 소개됐지만 기대주로 인정받지 못했다. 80년대만 해도 복잡한 운용체계와 프로그램을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많은 기업들이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에는 음성인식 기술의 정확도가 낮고 처리 속도도 느렸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곧 사라졌다.

국내에도 「우리 집」하면 전화를 걸어주는 휴대폰이 나왔지만 그래도 소비자의 눈 높이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내 목소리를 녹음해야 하고 키도 여러번 눌러야 하거나 절차가 복잡해 신뢰성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올 들어 PC 프로세서의 속도가 빨라지고 웹과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음성인식 기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관심이 현실을 너무 앞서가는 것인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적어도 초기의 투자 성과는 만족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발달된 음성인식 기술은 93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컴덱스 쇼에 꾸준히 소개돼 왔다. 초기 음성명령은 문장 읽기에서 출발했다. 즉 앞을 못 보는 맹인을 위해 컴퓨터가 문장을 대신 읽어주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인간의 다양한 음성을 받아쓸 수 있는 수준(딕테이션)에 까지 올랐다. 사람이 말하는 대로 컴퓨터는 척척 받아쓴다. 스피치웍스는 영어뿐만 아니라 독어 불어 등 라틴어 계통의 모든 언어를 받아쓴다. 오차도 5% 이하로 상당한 수준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받아쓴다는 것은 곧 명령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새로운 음성인식 기술 응용 분야가 열리고 있다.

스프린트 PCS(Sprint PCS)는 4일, 음성 다이얼 기능을 전국적으로 제공한다. 수신자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말로 불러서 전화를 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텔미네트웍스 같은 업체들은 전화를 이용해 음성으로 식당, 영화, 항공, 뉴스, 주식시세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음성포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 장거리 전화업체 월드컴은 폰런의 기술을 활용하여 음성 명령으로 전화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폰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CNN 등 협력업체들의 콘텐츠를 조합하여 고객들이 직접 자신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음성으로 인트라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출장중인 직원들이 전화를 통해 음성 지시로 사내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

시장 분석가인 히치너는 『지난 1년간 음성 포털 서비스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다』며 『현재 이 분야에 10∼15개의 업체가 진출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급진적인 분석가는 5년 안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컴퓨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하루 빨리 음성인식 기술업체에 투자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나의 말을 알아듣는 자동차 「키트」가 나올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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