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대덕밸리」 「홍릉밸리」 「양재·포이밸리」 …. 벤처창업의 급증과 벤처기업의 집중화현상은 국내에 밸리신드롬 현상을 불러왔다. 벤처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벤처산업의 상징인 실리콘밸리를 모방, 벤처밸리를 자처하는 벤처집산지가 잇따라 출현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신경제를 향한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벤처밸리를 집중 육성, 밸리붐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또 벤처밸리가 형성되면서 벤처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털·벤처컨설팅 등 벤처 관련업체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국내 벤처밸리의 대표격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삼성역에 이르는 이른바 테헤란밸리. 이곳은 현재 2000여개에 달하는 정보통신·인터넷 벤처기업들과 벤처캐피털 등 벤처유관업체들이 집중돼 있다. 중기청등록 기준으로 테헤란밸리 입주 벤처기업의 수만도 전체 7000여기업 중 30%를 넘어서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테헤란밸리가 국내 벤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테헤란밸리는 미국속의 또다른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국내 초기 벤처붐 조성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벤처스타들이 테헤란밸리에서 벤처드림을 창조했으며 이 여파는 엄청났다. 최근에는 벤처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장소로까지 발전됐다. 그러나 교통·임대료·대학 등 벤처인프라가 취약한 테헤란밸리에 벤처업계가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처럼 대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벤처밸리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덕 연구단지를 축으로 한 대덕밸리. 이곳은 최근 벤처기업의 수익모델과 기반기술이 중시되면서 새로운 벤처밸리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 정부출연 및 민간연구소 등 산·학·연 네트워크가 국내에서 가장 잘 발달된 곳이라는 매력 때문에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포화상태에 접어든 테헤란밸리의 대안으로 다양한 밸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홍릉밸리. 이곳은 지난 3월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고려대·경희대·외국어대 등 인근 15대학과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국방연·산업기술정보원 등 연구기관을 연계한 인력풀을 가동, 창업에서 코스닥등록에 이르는 원스톱서비스를 목표로 사업단을 구성해 밸리조성에 나섰다.
이밖에 서울의 관악밸리와 성동밸리, 애니메이션 집적단지인 춘천의 골든밸리, 송도 미디어밸리 등 지방 벤처밸리를 비롯해 인천·분당·수원·안산·안양·시흥·부천 등 수도권 지역과 구로공단, 영등포 지역 일대에도 벤처밸리 조성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밸리가 속출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영국의 캠브리지 사이언스파크, 프랑스의 소피아 등 선진국의 벤처밸리와 비교할 때 국내 벤처산업에 적합한 한국형 벤처밸리의 모델을 정립한 곳이 없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원인은 다양한 벤처창업 유인제도와 대학·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한 우수인력, 풍부한 벤처캐피털의 네트워크에 있다』면서 『지식과 산업이 결합된 벤처 복합집적지를 형성해 벤처기업의 압축성장 모델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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