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PC산업은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3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45%로 6%포인트 높아졌고 24.6%를 기록했던 삼보컴퓨터는 29.3%로 4.7%포인트 올랐다.
이같은 실적은 LGIBM과 대우통신의 약세에도 원인이 있지만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저가PC 마케팅에 성공을 거둔 반면 중견업체들의 활약은 의외로 부진했던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기업의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유통망 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000여개였던 컴퓨터 대리점이 이달 현재 1200여개로 늘었으며 삼보컴퓨터는 450여개에서 650여개로 무려 200개점이 늘었다. 이들은 하반기에도 유통망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보는 연말까지 800여개로 유통망을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크게 늘릴 계획은 없지만 연말까지 100여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의 입지는 더 강화되는 반면 중견 및 조립PC업계는 더 위축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용산의 유통업체 및 조립PC업체 관계자들은 『유통망을 확대하고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DIY(방문형 PC조립) 위주의 영업을 해왔던 디오시스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최근 대리점 모집과 함께 완제품 유통을 선언했다. 연내에 300여개의 대리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사세확장은 결국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중견업체 중 가장 많은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는 H사의 경우 대리점이 워낙 많다 보니 본사의 대리점 관리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일부 대리점의 비정상적인 영업행위로 인해 본사의 신뢰가 추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통망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책없이 유통망을 확대하기보다는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나래앤컴퍼니의 「해커스PC」는 인터넷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출시 7개월 만에 월평균 6000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터넷 전용 브랜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래앤컴퍼니의 곽성룡 과장은 『PC도 온라인 유통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기존 PC 유통업체들도 전통적인 유통영역에만 머물 게 아니라 온라인업체와의 제휴나 단독진출 등을 통해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전자랜드21과 삼보컴퓨터가 합작해 설립한 「TG랜드」도 유통채널 다양화를 겨냥한 전략적 제휴로 볼 수 있다. 가전제품 유통에 노하우를 가진 전자랜드21과 컴퓨터 유통에 노하우를 가진 삼보컴퓨터가 만나 윈윈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소 PC업체 및 유통업체들도 바야흐로 인터넷기업 또는 양판점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단계가 온 것이다.
홈쇼핑업체들이 PC판매를 늘리고 있고 가전제품 양판점인 하이마트도 PC유통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이들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면 의외로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가입자 유치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초고속통신망 서비스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프리PC」를 공급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티존의 사업축소와 세진의 부도는 PC제조와 유통업계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PC유통의 판도가 새로 재편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세진의 부도는 중소업체들과 조립PC업체들에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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