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74)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14>

그는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를 길게 내뿜으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광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 당신을 만났을 때도 그 점을 말한 기억이 납니다만 지금 러시아는 심한 자금고갈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어떤 형태든 외화를 가지고 나가는 것은 러시아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입니다. 초기에는 러시아를 도와주고 나중에 돈을 가지고 나가시지요.』

내가 번 돈을 가지고 나간다는데 안 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도 IMP를 겪었습니다. 외화가 필요한 것은 러시아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외환시장의 통제를 받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새로 만든 러시아 외환법에 보면 자유스런 무역거래와 외화반출이 가능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돈이 없을 것입니다.』

『여기도 IMF로부터 약 2000억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 돈이 모두 어디로 갔지요?』

『하하하하. 여긴 나라가 넓습니다.』

알렉세이비치는 계속 모호한 말로 얼버무렸다. 그래서 나는 그와 더 이상 타협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강경한 자세로 나갔다.

『내가 번 돈을 가지고 가지 못하게 하는 거래를 계속 할 수는 없겠군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 동안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철수해야 되겠습니다.』

나의 말에 그가 정색을 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담배를 끄더니 어깨를 들썩이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이번엔 협조를 하겠으니 다음번에는 가급적 러시아에서 번 돈은 러시아에 투자해 주십시오. 러시아 전산에서 발생한 모든 외화결제는 내가 국제은행을 통해 당신의 나라 회사통장으로 넣어주지요.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일 분도 안 걸릴 것입니다.』

『그래요? 그것이 가능합니까? 외화가 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렇게 당장 거금이 마련된다는 것입니까?』

『500만달러가 아니라 5억달러라고 해도 당장 마련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우리들의 거래에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겠지요.』

나는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외화를 당장 넣어주겠다고 하면서 거래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은 마치 블랙마켓, 즉 암시장이나 마피아의 세계에서 쓰는 용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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