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고령자를 위한 정보화정책이 시급한 때다

곽치영 국회의원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유엔이 분류한 고령화사회에 본격 진입하고 있는 단계다. 오는 2022년에는 노령인구 비율이 14%, 2030년에는 19.3%로 상승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초고령사회」도 그리 멀지 않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는 「정보화」라는 급류에 밀려 숨가쁘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사회의 머리인 고령자들을 너무나 소외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변변한 배려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예 무관심하다. 노인들은 정보화의 문외한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정보화세상을 저만치 밀어내 「타의」로 도태시키고 있다는 감마저 든다.

소외된 고령자의 정보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노인들이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역사를 통해 보면 쉽게 엿볼 수 있다. 산업사회 이전 걷는 것과 수레정도에만 익숙했던 노인들이 동력에 의한 운송수단이 출현한 이후 자연스럽게 적응했던 것은 단적인 사례다. 자동차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져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여겼다. 실제로 당시 노인들은 운전을 배우려 하지도 않았고 경제·신체적 이유 때문에 배울 수도 없었다. 자동차가 사회생활에 미친 영향이 컸고 「사회적 위협」도 있었지만 그들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서 반드시 도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버스·택시·기차 등 대중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그들은 전동문명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었다.

세상이 풍요로워지면서 자동차가 「마이카」문화를 만들어냈듯 노인정보화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고령자들이 직접 PC를 조작할 수 없다 할지라도 정보화시대에 소외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TV를 조작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인터넷의 바다에서 마음껏 항해 할 수 있거나, 선풍기를 켤 수 있는 정도의 지식만으로도 정보가전을 다룰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보편적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과 경제적인 지원·배려가 고령자들을 자연스럽게 정보화의 물결속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미국 MIT는 최근 「옥시전 얼라이언스(Oxygen Alliance)」라는 신개념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말 그대로 산소같은 동맹자로서의 컴퓨터를 만들어내려는 작업이다. 언제, 어디서나 음성명령을 내리면 벽이나 천장 등에 숨겨진 미세한 컴퓨터 본체가 이 명령을 알아 듣고 수행한 뒤 작업결과가 손목에 찬 모니터에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손목에 착용한 단말기는 음성으로도 주인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면 고령화사회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말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게 되길 바란다. 더 늦기 전에 고령화사회의 노인들이 정보화문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새로운 명제를 세워야 할 것이다. 기술개발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에서 비롯된다.

물론 고령자 정보화문제는 기술개발로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편적인 정보자원으로 활용해 풍요로운 정보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사회참여를 적극 독려해야 한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범국가적 시책이 당장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전 고령자대책이란 것이 고령자를 약자이자 부양의 대상으로 여김으로써 「시혜」의 차원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그동안 꿈꿔 온 미래의 정보환경을 건설하고, 이에 따른 정보기술의 부가가치가 범사회적으로 고루 파급되는 목표를 그려야 할 때다. 이를 위한 기술발전도 상당히 진척돼 있는 상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생활속에 파급시켜서 고령자에 내재된 여러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 그리고 정보화에 따른 제반대책을 밀접히 연계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중요한 정책목표도 이같은 점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보다 구체적인 실천대안으로 고령자 정보화정책의 취지에 동의하는 지방자치단체·공공법인·기업 등 산업계와 학계·정부가 광범위하게 연계해 포괄적인 지원체계를 꾸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연구조사와 보급·계몽활동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이다.

다시 말하면 산업화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고령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 기반위에서 국가는 고령자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숙련된 식견의 활용,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의 실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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