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68)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8>

『하루 동안 정신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려했지만 엑스레이 사진 등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내상에 위험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듯이 축축이 젖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정신이 깨어나기 조금 전에 그녀가 내 손을 잡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입원실 안은 그녀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창밖으로 햇볕이 없는 훤한 여명이 있었다. 백야였다.

『하루가 지났다고요? 나와 함께 있는 윤 실장은 알고 있습니까?』

『네,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다가 호텔로 갔습니다. 깨어나면 연락을 달라고 했어요. 연락을 할까요?』

『조금 있다가 하십시오.』

나는 그녀와 단둘이 더 있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다.

『미안. 나를 초대해 주었는데 낙마를 하여 번거롭게 했군요.』

『미안한 것은 오히려 납니다. 무리하게 말을 타게 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지요. 더구나 미스터 최가 탄 말은 경마용으로 쓰던 경주마였습니다. 성질이 워낙 사나워 경마장에서 퇴출된 것이었죠. 아주 능숙한 사람만이 탈 수 있는 것을 골라준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녀는 남편과 알렉세이비치를 원망했다.

『당신의 남편친구 알렉세이비치는 과거 KGB요원이었더군요. 더구나 통신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를 심문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나를 알고 나타샤의 초대에 참석을 했는지 알 수 없군요.』

『처음에는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자 남편이 별장으로 초대하자고 했어요. 당신이 승낙을 하자 남편은 알렉세이비치에게 연락해서 오게 했어요. 왜 그 사람을 부르냐고 물으니까 애초에 미스터 최를 부른 사람이 그였다고 했어요. 나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 문제로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 뜻을 전하자 남편이 나에게 불쑥 물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쑥스러운지 말을 잇지 못하고 웃었다. 계속 말을 하지 않아 내가 물었다.

『뭐라고 했습니까?』

『미스터 최를 사랑하느냐고 묻잖아요.』

『하하하.』

정말 우스운 이야기였다. 나는 웃다가 깁스를 한 팔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여자는 웃지 않았다. 크고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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