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62) 벤처기업

러시아 마피아<2>

『아, 생각이 납니다. 당신은 KGB 통신 담당관이었지요?』

내가 알렉세이비치를 가리키면서 말하자,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였다. 그는 자기를 알아보았다고 다시 악수를 청하는 과장된 몸짓을 했다.

『이제 생각이 납니까? 아마, 15년 전이었지요? 그때 당신은 미제 스파이였지요?』

알렉세이비치의 말에 나는 약간 당황을 하면서 반문했다.

『당신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물론이지요. 외교관이라고 할지라도 간첩행위는 용납 안 되지요. 그렇지만, 당시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 때문에 온건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무엇을 합니까?』

『다양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합니다. 무역업을 하지요.』

그는 구체적인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가 왜 이 자리에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의 오찬은 오로지 나타샤가 과거 우정을 생각해서 초대한 것에 불과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라스토푸친과 알렉세이비치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나를 만나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알렉세이비치는 마피아였다. 나는 나타샤의 별장에서 알렉세이비치를 만나면서 본의아니게 러시아 마피아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오늘날의 범죄조직이란 과거 19세기나 20세기 초와는 달리 모두 합법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 미국 마피아의 초기로 보는 알 카포네의 시대는 지나갔다. 구소련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시장이 대거 확산되면서 사정산업과 함께 깊숙이 파고든 것 역시 국제 마피아 조직이었다. 이 마피아 조직은 일반적인 생산기업도 있지만 무역, 유통, 통신, 은행, 증권 회사도 가지고 있다.

알렉세이비치는 그 마피아의 중간보스 정도 되었는데 그의 직속 상관은 15년 전에 직속 상관이었던 통신국장 표트르 즈이코프였다.

어쨌든 알렉세이비치와 그 일당은 내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어떻게 알고 나타샤의 초청에 편입했을까. 그 의혹은 곧 풀렸지만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우리는 눈 덮인 자작나무가 있는 숲이 보이는 창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알렉세이비치의 아내가 바이올린을 켜고 나타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협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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