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61)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1>

이틀 후에 나는 나타샤의 초청을 받아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집으로 초대한다고 했지만 초대받아 내가 간 곳은 별장이었다.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이 별장은 구 소련시대에 당 간부들이 사용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들이 사용했다.

별장에는 나탸사의 남편 라스토푸친과 친구라고 하는 또 다른 부부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나타샤가 그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이 분은 이완 알렉세이비치. 지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알렉세이비치는 나를 보자 매우 반기는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다.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영어로 말했다.

『오래간만입니다. 나를 기억할 수 있습니까?』

다시 한 번 그를 쳐다보았으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백러시아 계통의 하얀 얼굴로 코가 가늘면서 오뚝하고 얼굴이 갸름했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미안합니다.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겠지요. 나와 만난 것은 잠깐이었으니까. 혹시 나중이라도 생각이 나면 말씀하십시오. 그리고 이쪽은 나의 아내입니다.』

그는 옆에 있는 젊은 여인을 소개시켰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악수를 하고 허리를 약간 구부려 손등에 입을 대었다. 이와 같은 키스는 존경을 표시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상류층 여자에게 하면 매우 좋아했다. 오십을 넘은 알렉세이비치와는 달리 그의 부인은 이십대 초의 젊은이었다. 아내라기보다 딸이라고 해야 될 나이였다.

라스토푸친과 알렉세이비치는 러시아말로 지껄이면서 웃었다. 나는 러시아말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으나 15년 전 미국 대사관에 근무할 때 배운 것이 아직도 남아서 어느 정도 알아들었다. 이를 테면 욕을 하는지 칭찬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차렸다. 그때 그들의 입에서 KGB라는 말이 나왔다. 그 순간 나는 알렉세이비치를 어디에서 만났는지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KGB 인터넷 통신에 잠입을 하였다가 체포되었을 때 만났던 요원이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KGB 통신담당관이었다. 그가 집요하게 심문하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나의 신분이 미국 대사관 직원이었기 때문에 강도높은 심문을 하지 못했고 나는 외교면책특권으로 풀려 나왔지만 그는 나를 스파이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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