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56) 벤처기업

해외 진출<46>

『우린 돈이 없네, 외상으로 한다면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여자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비자카드로 결제해도 가능합니다.』

『우린 비자카드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다시는 오지 말게.』

그리고 내가 문을 소리나게 닫았다. 다시 벨이 울렸지만 열어주지 않았다. 밖에서 두 여자가 러시아말로 구시렁거렸다. 한동안 투덜거리더니 조용해졌다. 여자들이 간 것이다.

『여기가 특급호텔 맞나요? 저런 여자들이 방문까지 와서 호객하도록 내버려두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 여자들이 받는 화대를 일정한 비율로 호텔 종업원들과 나누어가지겠지, 공생하는 처지인데 누가 말리겠나. 과거 구 소련에서 KGB하던 일부 요원들이 이제는 이런 호텔기도를 보고 있다는 말이 있지. 여긴 아직도 완벽한 자본시장이 형성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공산주의식 타성이나 잔재가 소멸된 것도 아니네, 아직도 그 과도기에 머물고 있다고 봐야겠지.』

『피곤하신데 그만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상의할까요?』

『그러지. 잘 자게.』

『안녕히 주무십시오.』

윤 실장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나는 옷을 벗고 욕조로 들어가 샤워를 하였다. 샤워를 마치고 잠옷을 갈아입은 채 침대에 누웠다.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감 때문에 나는 지쳐 있었다. 그것은 연거푸 사흘 동안 밤을 새운데다 오늘 아침에는 어머니 모시는 문제를 놓고 아내와 다투었기 때문에 극도로 피로해져 있었다. 그리고 국제 비즈니스 역시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막 잠이 들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섰다. 깊은 밤에 누굴까. 나는 방문 앞으로 가서 누구냐고 물었다. 밖에서는 뜻밖에도 최 사장이 맞느냐고 하는 영어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내가 최 사장인데 아가씨는 누구요?』

『나는 KIDO에서 보낸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KIDO가 뭐하는 곳입니까?』

『크렘린 과학정보 위원회입니다.』

『그런 곳도 있던가요? 이런 야밤에 거기서 무슨 용무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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