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특약 =iBiztoday.com】 세계 최대 비디오 게임 저작권을 둘러싼 「골리앗과 다윗」의 법정 공방전이 끝이 없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이 공방전의 원고와 피고는 공룡업체인 일본 소니(sony.com)와 2개 신생 회사들. 저작권 침해 분쟁 대상은 다름아닌 이들 신생회사가 소니의 유명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PC로 대체해 관련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든 PC용 에뮬레이터다.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인 소니가 별 볼일 없는 중소 소프트웨어업체 2개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면 어쩌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이들 2개사는 거인의 총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이제까지의 법정 싸움에서 몇 차례의 국지적인 승리를 챙겼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제품의 매출 호조로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에뮬레이터는 실리콘밸리 샌머테이오에 있는 커넥틱스사(connectix.com)의 「버추얼 게임 스테이션(Virtual Game Station)」과 할리우드의 블림사(bleem.com)가 내놓은 「블림(bleem)」이다.
블림의 데이비드 허폴세이머 사장은 『지난해 세계 비디오게임 박람회(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참가했을 당시 비디오게임 개발업체들은 우리의 프로그램을 칭찬하면서도 소니의 눈치를 살피느라 잔뜩 목소리를 낮추었는데 올해 이 박람회에서는 모두들 드러내 놓고 격려를 해주었다』며 『이는 우리가 소니를 상대로 해적행위나 해킹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업계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변했다.
이들 두 회사의 에뮬레이터들은 「그랜드 튜리스모(Grand Turismo)」와 같은 일부 플레이스테이션용 비디오게임을 PC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이들 에뮬레이터의 가격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3분의 1이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커넥틱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매킨토시용 버전도 만들고 있다.
비디오 게이머들의 이들 제품에 대한 호응은 대단하다. 지난해 출시한 이래 블림은 30만대가 팔렸고 커넥틱스가 내놓은 버추얼 게임 스테이션은 6만6000∼11만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됐다.
소니는 이 같은 신생회사들의 판매 호조에 자사의 지적재산권이 침해되었다며 이들 2개사를 상대로 무차별 법정공세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법원은 소니라는 「골리앗」 대신 이들 신생사 「다윗」의 편을 들어주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 판사는 지난 5월 소니가 커넥틱스를 상대로 지난해 1월에 제기한 9개 항의 저작권 위반항목 중 7개 조항을 기각했다.
소니는 이들 두 업체가 자사의 하드웨어를 분해해 기능을 검토한 뒤 여기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역 제조하는 해적행위를 자행했으며 값싼 유사품으로 자사의 정품 브랜드 이미지를 구겨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아직도 기업비밀 도용과 불공정 경쟁이라는 혐의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소니는 수개월전 커넥틱스를 상대로 제기했던 별개의 특허권 침해소송을 취하했으나 바로 다음날 소취하를 했던 11개 고소항목 중 6개 항목을 되살려 다시 법원에 소장을 접수시켰다.
UC버클리 법대 파멜라 새뮤얼슨 교수는 『현 상황으로 볼 때 대세가 점차 커넥틱스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처럼 법정상황이 커넥틱스가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것은 같은 입장에 처한 블림에도 희소식』이라고 해석했다.
새뮤얼슨 교수의 분석도 지난 수년간 법원이 내린 유사 사건에 대한 판례를 토대로 하고 있다. 법원은 게임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가 이를 작동시킬 기계를 따로 구입할 필요 없이 자신이 소유한 기존 기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게 고소당한 기업이 한 일의 전부라면 이를 지적재산권의 도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었다. 저작권 침해는커녕 오히려 소비자와 시장경쟁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는 시각이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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