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서울대학교에 컴퓨터가 처음 설치됐다. 기종이 IBM1130이었는데 당시 필자가 시스템엔지니어로서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때는 이 컴퓨터의 가동식이 큰 뉴스여서 TV로 보도되고 축하연도 성대히 열렸다.
당시 교수와 학생 100여명이 함께 사용했던 그 컴퓨터의 성능은 32KB의 주 기억용량과 600KB의 디스크 용량에 불과했다. 반면에 요즘 시판되는 PC는 최소 32MB의 기억용량과 6GB의 디스크 용량을 갖고 있다.
1971년 당시 서울대학교에서 100여명이 사용하던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보다 1000배(기억용량)에서 1만배 큰 컴퓨터를 요즘에는 개인이 갖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노트북에 담아서 들고 다니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성능과 용량의 PC를 사람마다 갖고 있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나아가 이런 PC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통신하면서 사회·경제적인 변혁을 가져오게 됐다.
그 변혁을 우리는 디지털 혁명이라 부른다. 이러한 혁명으로 사회·경제적인 새로운 질서가 생겨났는데 우리는 그것을 네트워크사회, 디지털경제 혹은 「웨보노믹스(webonomics)」라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이, 또 소비자들끼리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큰 변화다. 중간 유통과정을 뛰어넘어 소비자와 기업이 직접 연결되어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소비자는 인터넷상에서 동호인 모임을 쉽게 범세계적으로 만들고 이러한 모임을 통해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점점 소비자의 파워가 커지고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모든 프로세스가 고객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경영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주의 권한을 인터넷을 통해 위임할 수 있게 됐다. 그럴 경우 어느 믿을 만한 단체가 소액주주를 대변한다고 할 때 많은 주주들이 이에 호응할 것이고 쉽게 10∼20%의 지분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곧 법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본다.
공공서비스도 시민의 편의 위주로 바뀌고 있다. 주민등록등본이나 토지 대장을 어느 동사무소에서나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네트워크 사회의 혜택이다. 싱가포르에서는 2000년도에 모든 공공업무를 아무데서나 원스톱서비스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네트워크사회의 실현인 것이다. 원격 영상회의가 보편화하고 원격진료도 이미 선진국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재택근무도 가능해져 잠자던 자원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하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가 가진 것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다. 따라서 잘 교육된 주부들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면에서도 혁신적인 방법이 도입됐다. 가상대학이 바로 디지털혁명의 산물이다. 인터넷을 통해 원격교육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한국방송대학은 3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바로 이 원격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의 시스템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원격교육의 표본이 됐고 이렇게 앞선 기술이 우리 장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적인 변화는 더욱 놀랍다. 업종간의 벽이 무너지며 새로운 전자·통신 판매로 유통구조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회사 조직도 수직체계에서 수평적인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구체적인 예를 보게 될 것이다.
모든 혁명이 그러하듯 우리는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혁명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새로운 것의 수용이다. 새로운 질서인 디지털경제를 이해하고 네트워크사회의 일원이 되는 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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