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독버섯 바이러스>4회/끝-국내 백신업체의 미래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외산 제품에 비해 그나마 시장점유율이 높은 분야는 워드프로세서와 백신, 그룹웨어 분야다.

그 중에서도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두말할 나위없이 백신SW다. 99년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 백신시장은 약 170억∼180억원 정도 된다. 그 중에서 70% 이상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와 하우리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국산 백신SW가 나름대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은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그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생명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에 대해선 국내 백신업체가 외국 백신업체에 비해 샘플을 빨리 입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 백신업체들은 외국 백신업체들보다 빠르게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패치파일을 제공해 왔다.

또한 작년 CIH바이러스 대란과 불법SW 단속이 맞물리며 기업은 물론 많은 공공기관이 백신을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백신의 판매량은 정말 괄목할 만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98년까지는 국산 바이러스가 외산의 2배가 넘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역전돼 오히려 최근에는 외산 바이러스가 국산에 비해 3배 이상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전자우편을 통해 확산되는 웜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은 초국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발견된 러브 바이러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최초 바이러스 발견 후 국내 발견에 이르는 시간은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국경을 초월하는 바이러스 전파로 그동안 국내 백신업체들이 갖고 있던 기득권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백신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하우리 권석철 사장은 『국산 백신의 기술력은 외산 제품과 비교해 손색없는 수준』이라며 『국가별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그것을 제품에 반영한다면 외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와 하우리 모두 미국이나 일본 시장보다는 자체 백신이 없거나 기술수준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연구소가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중국이다. 안연구소는 중국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공안부 인증을 98년 말에 획득했으며 이달 초 열린 한중벤처포럼에 참가해 현지 진출 가능성을 1차 검토했다. 이를 위해 중국어판 「V3」 제품개발을 완료했으며 곧 이경봉 부사장을 주축으로 2차 실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하우리는 중국어판 「바이로봇」 베타판을 만들어 중국 공안부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하우리는 중국과 더불어 남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하우리는 남미 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에 대한 시장조사를 마쳤으며 디자인 패키지를 차별화한 남미 시장용 패키지 개발을 끝낸 상태다.

해외시장 진출과 더불어 또 하나의 열쇠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종합 보안서비스업체로의 변신이다.

안연구소는 어울림정보기술(방화벽), 명데이터(데이터복구), 휴노테크놀로지(지문인식) 등 총 14개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작년 9월 펜타시큐리티·데이콤과 정보보안 전문업체인 코코넛을 만들었다.

안연구소 안철수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네트워크 및 전자상거래 시장을 겨냥한 종합 보안솔루션 제공업체』라며 『이를 위해 기존의 제품군을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른 SOD(Security On Demand)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고 이미 확보한 전략적 제휴처를 활용해 보안컨설팅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우리도 에스원(오프라인 보안), 씨앤씨(데이터복구), 해커스랩(네트워크 보안) 등의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지난 3월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네이버컴과 보안서비스를 제공할 합작법인 올앳을 설립했다.

이렇듯 국내 백신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과 종합 보안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도 제살 깎아먹기식의 덤핑판매가 뿌리깊게 남아 있다. 컴퓨터 생산업체에 번들로 백신을 공급할 때 그 가격은 100원 전후로 매겨지며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백신 공급은 경쟁사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하는 출혈경쟁을 반복하고 있다.

백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외산과 국산 백신업체가 출혈경쟁에 가까운 덤핑판매를 반복하고 있다』며 『소모적 가격경쟁보다는 불법SW 사용금지나 백신 재계약 등에 관한 공동마케팅 등 협력적 관계를 가져 나가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산 바이러스에 대해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와일드리스트」 「에이바(AVAR)」 등 범국가적 바이러스 대책기구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기구는 각 국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샘플 등 바이러스 관련정보를 공유한다.

이러한 정보공유를 통해 국내 백신업체는 해외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국산 바이러스 정보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통해 보다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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